제6회 메이벅스 블로그 시 콘테스트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많은 좋은 시들이 출품되었는데 부만 선정할 수 밖에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수상작에게는 소정의 보너스가 지급될 예정입니다. (31일 이전)
*대상 1 편
바보야
송이든(widely08)
참 바보 같다. 너무 바보 같아서 내가 미웠다
너무 미워서 밥도 넣어 주고 싶지 않았다
맞아봐야 아프냐고, 이 바보야
내가 먼저 있어야 남도 보이지
참 바보 같다. 너무 미련해서 내가 미웠다.
너무 미워서 잠도 재우기 싫었다.
바람 불면 흔적 없이 사라질 허무함인데,
이 바보야
왜 마음을 다 줘버린 것이야.
*시평
세상을 살다보면 미워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그저 무시하면 되지만 나를 미워하는 일은 결코 싶지가 않다. 그러나 상대가 싫어지면 돌아서 버리면 그만이지만 나를 미워하면 할수록 그 미워함으로 가장 힘든 것은 내 자신이고 내 마음이다. 시인의 마음은 갈팡질팡 이다. 바보 같은 자신에게 /‘너무 미워서 밥도 주고 싶지 않았다’ / 자신이 미련해서 /잠도 재우기 싫었다 /고 겁박을 주기도 하고, /내가 먼저 있어야 남도 보이지/라고 달래기도 하고 .../왜 마음을 줘버린거야/라며 원만도 하기도 한다. 복잡한 심경을 담은 이 시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내면의 변화들을 잘 표현했다. 그래서 결국은 자신을 미워하고 원망하고 자책하는 것 같지만 자신을 안타깝게 아끼고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는 위로의 시이기도 하다. 원래 시는 아픔도 기쁨도 슬픔도 절망도 숨어있지만 나중에는 그 속에 자신이 깨달아가는 ‘바보’라는 단어처럼 희망의 꽃망을을 달아놓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최우수상 2편
짓다
새날2(alta10)
옷을 짓는다
밥을 짓는다
집을 짓는다
우릴 따뜻하게 하는 것들엔
짓는다는 말이 쓰인다
그래서 시도 짓는 것이 아닐까?
이 겨울이
아직 쌀쌀한 그대여,
미소 지어라
따뜻한 당신, 환히 웃어라
** 시평
때론 말장난 같은 단어의 묶음이 두근거리는 심장에 손을 얹게 하는 그런 날이 있다. 그 단어의 해석을 달 때는 못 느끼다가도 그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그 단어는 생명을 얻는다. ‘짓다’는 제목을 볼 때는 이게 뭐지 하는 마음으로 시를 훑어내려 버렸다. / 우릴 따뜻하게 하는 것들엔 짓는다는 말이 쓰인다/라고 하는 순간 훑어 내린 마음에 전기가 들어와 마음을 보일러처럼 달구었다. 시인의 언어적 감각과 시적허용의 범위를 넘나드는 세밀한 관찰력은 이 시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그래서 시도 짓는 것이 아닐까?/라는 대목에서 멈칫 되읽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을 걸었다. 시가 주는 힘은 단어의 배치에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때 그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따뜻한 웃음을 주는 이 시는 우수작이다.
청춘
한주포토(arisong48)
보내고 나서야 아쉽다고 말하는 것.
잔뜩 짐을 짊어지고
어렵게 보내왔지만,
그 훤한 얼굴 하나만으로
감내하는 많은 일들을
추억이란 이름으로
그리워하는 그 날들
청춘의 일기장에
묻어나는 그 한숨들
보내고 나서야
아쉬운 시절
젊었던 한 때여.
** 시평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주어진 인생의 시기는 있다. 그래서 시기를 놓치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대부분 삶이다. 물론 반복되는 인생의 시기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세상에 생명을 가진 것은 영원이라는 용어를 허락하지 않는다. 청춘은 보내기 전에는 그 싱그러움을 알지 못한다. 언제나 무엇이든 생에 주어진 것이 처음이듯 청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인은 청춘이란 시차를 건드린다. 그러면서 /보내고 나서야 아쉽다고 말하는 것 /이라고 빠져나가는 모래시계처럼 되돌릴 수 없는 청춘의 아쉬움을 누군가에게 소리치며 외친다. 그것은 영원이 청춘일 것 같은 또 다른 청춘에게 손 내미는 시다. 청춘의 일기장에 꿈과 이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추억의 길가에 깔린 큰 돌멩이가 같은 한숨들이 도처에 박혀 보내고 있음을 조심스럽게 건네는 글이다. 이미 청춘이란 시기를 벗어난 시인의 회한이 고스란히 드러난 시가 아직남은 또 다른 청춘에게 희망을 안기면 좋겠다.
*** 우수상
내일ㅡ 까보자
바람처럼 ㅡ 바람처럼
첫눈 ㅡ futureguru95
소통 ㅡ DONJIRIHANG
괜찮다 안괜찮다 ㅡ 송이든
*** 우수상
내일ㅡ 까보자 1
*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결국 내일도 오늘이 되고 어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멀게만 느껴지는 내일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겐 설렘입니다. 행복도 슬픔마저도 바라고 바라는 내일, 시인은 그 내일에 희망을 보기에 이 시는 힘이 있습니다.
바람처럼 ㅡ 바람처럼 2
* 관종이 시대가 되었습니다.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 내가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물들의 영역표시처럼 나를 남기는 나만의 향기, 나만의 사진, 나만의 글귀 들을 수없이 창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처럼 금세 사라질 것임을 시인은 예감합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없어도 그만인 흔적을 남기는 오늘입니다.
첫눈 ㅡ futureguru95 3
* 누구나 첫눈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그 아련한 그리움을 동반한 지고지순의 사랑은 아닐지라도 그 첫눈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의 첫 구절 /세상에 모든 눈은 첫 눈이다/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그대가 바로 첫눈이다 /로 심쿵했습니다.
소통 ㅡ DONJIRIHANG 4
* 오감은 감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다섯 가지 감각으로 이루어집니다. 특히 코와 혀의 소통은 삶의 재미를 이유를 만듭니다. 냄새를 제대로 맞지 않으면 맛을 느낄수 없고 냄새만 맞는다고 맛을 알거나 배가 부를 수도 없습니다. 소통이란 서로를 연결하고 이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시는 오감이라는 주제로 소통으로 절묘하게 잘 조화 시켰습니다.
괜찮다 안괜찮다 ㅡ 송이든 5
* 누군가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 마음을 닫는 일도 쉬운일은 아닙니다. 그야말오 독한 마음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수시로 들락거리는 기억으로 인해/ 생각은 과거의 어느 지점에 가 있다./ 는 글귀에 마음이 참 아린 시입니다. 심지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초라함은 터벅터벅 발걸음마저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을 잘 표현한 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