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행

의식조차 가물거리던 어머니께서 병실 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간병하는 누나에게 "얘야!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께서 누워 계시던 침대 위는 그저 꽉 막힌 천정이었을 뿐인데... 영안(靈眼)이 열려 당신께서 가실 천국을 미리 보시기라도 한듯 그로부터 며칠 뒤 세상을 떠났다. 나에게 큰 나무였던 어머니의 빈 자리는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삶은 선(Line)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는 여로(旅路)다. 시작과 끝은 곧게 뻗은 일직선상에 찍힌 두 정거장에 불과할 뿐, 시작이 처음도 아니고 끝이 마지막도 아니다. 어머니의 삶도 끝없이 이어진 길에 찍힌 두 개의 점이었을 뿐 지금은 두 번째 점을 벗어난 다른 공간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것 아닌가. 그곳은 아마도 신과 함께 하는 천상의 세계이리라.

자식의 성공만을 염원하시던 어머니께서 어느 날 병석에 눕고 말았다. 때맞춰 어머니의 염원에 부응하기라도 한듯 나는 교수가 된지 2년 9개월여 만에 부총장이 되었다. 총장이 대학의 주인이기에 부총장이라는 직책은 봉급쟁이로서는 최고의 영예였다. 아들의 출세가 당신의 쾌유보다 더 가치 있다고 여겼던 어머니께서 얼마나 좋아 하셨는지 모른다.
어머니께서 임종하시기 전 병실을 찾았다. 그때 의식조차 없던 어머니께서 나의 병문안을 알아채신 것 같았다. 조용히 누워 계시던 어머니께서 갑자기 큰 소리로 병실 안의 환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내 아들이오. 내 뱃속에서 어떻게 이런 훌륭한 아들이 태어났는지 모르겠소."
그리고는 이내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부총장이 된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웠던 게다. 슬며시 병실을 빠져나와 화장실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그 뒤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2개월여 만에 나는 부총장직은 물론 교수직까지 미련 없이 내려 놓았다. 그리고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배낭 안에 곱게 모시고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섰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따라 즐비한 중세의 성당, 바로 그곳에서 천상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에게 지상의 어머니를 부탁하는 기도를 드리고 싶었다.

길이 신비로운 이유는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곳을 걸어간 사람들의 사연이 켜켜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 번이나 걸었지만 그때마다 사람들의 땀 냄새와 대화의 숨결이 새롭게 내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갔었다. 고통스러운 큰 배낭을 짊어지고도 환한 미소로 가득했던 순례자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지 붕(Photo Poem)

 바람도 쉬어 가는 날
산 아래로 내려가다가
올망졸망 모여있는
이국적인 지붕을 보았습니다.
 골목길에 정적이 감돌던 날
인적도 드문 길에서
순례자들 쉴 곳을 찾아
지붕 아래를 기웃기웃합니다.
 길게 뻗친 널빤지처럼
중세의 순례길이 몸을 낮춰
반듯이 지나갑니다.
머리 맞댄 지붕 사이로
written by JongGu 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