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무위의 시간을 돌아 적막의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차마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갔습니다.

평생을 함께 할 것 같았던 옛 기대감은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 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만남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는

매몰차게 사라져 갔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아이돌의 노래에 귀먹고,

꽃다운 배우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언박싱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버리게 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먹통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 데 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평온한 일상이 흐트러지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허탈의 힘을 옮겨서

새로운 득템에 영혼을 들이붓습니다.

우리는 언박싱에 버리게 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버리게 될 때에 다시 또 다른 득템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같이 했던 TV는 맛(?)이 가버렸습니다.

컴퓨터 모니터도 같이 맛(?)이 가버렸습니다.

아찔한 적막감이 나의 방을 가득 채우고,

졸지에 천장만 멍 때리고 있습니다.

억수로빠른 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