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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당연한 상파울로 <1화>성신여대 작가 양성 프로젝트

성신여대 소설창작론 ‘작가의 탄생’팀은 미래의 예비 작가 양성을 위해 “나 혼자 쓴다 – 웹소설 1억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지금은 웹소설 시대, 신춘문예의 계절 12월에 원고지대신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이번 테마는 ‘서울’. 서울이란 공간을 모티브로 서울에 사는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희망을 쓰겠습니다.

이본느

그 카톡방에 모리가 있던 것은 아주 뜻밖의 일이었다. 유라의 부고는 자정 언저리에 얹혔다. 파자마로 갈아입고 불을 끈 뒤, 이불을 턱밑까지 추켜올린 참이었다. 한나절을 비우고 파고든 이불에는 한기가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발치가 자꾸만 시려서 최대한 몸을 둥글게 말고 눈을 꾹 감았다.

그때, 방 안의 정적을 깨고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아니었다. 눈을 감은 채로도 희끄무레한 불빛이 느껴졌다. 하품이 연신 쏟아지고 있었으므로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푹 뒤집어쓰는 것으로 답을 대신 하기로 했다. 나른함은 순식간에 몸을 휘감았다. 허공으로 몸이 반쯤 뜨는 것 같은 감각과 함께 잠이 넘실거렸다. 숨을 내쉬는 것은 의도하지 않아도 아주 느릿하고 규칙적인 흐름을 갖게 되었다.

다시 한 번, 핸드폰이 울렸다.

또 한 번. 두 번, 세 번….

연달아 책상을 울리는 진동 소리에 미간이 팍 찡그려졌다. 이 시간에 쏟아질 메시지가 있던가. 몸을 일으켰다. 답신하기보다는 핸드폰을 끄기 위해서였다. 나는 겨우 따뜻해진 이부자리를 보존하려 이불을 흩트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다시금 몸을 내민 이불 바깥은 사뭇 추웠다.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의 추위는 매해 적응이 되질 않아 가장 서늘하게 느껴지는 까닭이었다.

핸드폰을 집어 드는 순간까지도 진동은 이어졌다. 메시지가 끊이지 않고 오고 있었다. 발신자는 전부 모르는 이름들이었다. 어떤 단체 카톡방에 초대된 모양이었다. 낯선 이름들은 무언가 의아해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가시지 않은 잠기운에 눈이 가물거렸다. 이 톡방을 나가고 핸드폰을 끄겠다는 계획을 차근히 실행하려고 했다.

아는 이름을 발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모리 역시 연속적으로 물음표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쯤 나는 사람들이 대체 뭘 그렇게 놀라는지 궁금해졌다. 화면을 엄지로 꾹 누른 채 스크롤을 가장 위까지 올려 이 밤을 어수선하게 만든 장본인을 찾았다. 범인은 유라였다. 그러나 유라는 아니었다. 스스로가 자신의 빈소를 알리는 일은 불가능할 테니까. 나는 옷장을 열어 상복이 될 만한 옷을 골라 입었다.

첫차를 타본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첫차를 탈 무렵이면 동이 터 올 거라 생각해 왔었다. 새벽은 어쩐지 일사불란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명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상상할 때면 어쩐지 코끝이 찡해져 오고는 했다. 그러나 첫차의 풍경은 아주 어둡고 고요했다. 그 시간에는 운영하는 은행 ATM기도 없어서, 부조금을 내기 위해 24시 편의점에서 수수료를 이천 원 가까이 물며 돈을 찾아야 했다.

유라는 오래전 헤어진 연인이었다.
짧게 연애했고 오랫동안 친구였다. 우리는 친구인 쪽이 좀 더 잘 맞았다. 친구로 지내는 동안 또 다른 내 친구인 모리와도 친분이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눌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서운한 마음은 없었다.

   

이별 이후 우리는 어쩌다 만났고 우연히 스쳤다. 약속된 만남은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즉흥으로 빚어진 순간이 대부분이었다.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저마다의 친분을 지닌 세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만나게 되는 순간에 대해.

해는 도무지 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까만 하늘에 점점이 박힌 별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아침을 열며 가는 출발이라기보다는 밤의 끝자락에 겨우 얻어 탄 기분이었다. 지하철의 사람들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죄다 같은 자세로 졸고 있었다. 히터가 지나칠 만큼 틀어졌고 문이 여닫힐 때마다 들어오는 찬 공기에 숨통이 트였다. 나는 오른손에 끼고 있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내려야 할 지하철역의 이름을 되새겼다.

문득 이 반지가 유라의 물건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끼고 있던 것을 잠깐 받아 껴 보고는 몇 번이나 돌려주는 것을 잊어버렸다. 언제고 주인을 찾아줄 수 있도록 끼고 다녔지만 오래도록 유라를 만나지 못했다. 그사이 나는 오른손 약지에 자리한 반지를 엄지로 만지작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오늘에야말로 이 반지를 돌려줄 수 있겠다, 고 생각했다.

*

장례식장에 도착해서야 동이 트기 시작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는 한산했다. 입구에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음악 소리와 함께 그 음악을 따라 부르는 목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 노래라기보다는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는 것 같기도 했다.

베이스와 드럼이 웅장한 헤비메탈 곡이었다. 건물 앞 벤치에 앉은 여자는 내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음악에 열중했다. 머리카락이 산발이 되도록 머리를 흔들고 꼬고 앉은 다리를 까딱였다. 이따금 소주에 꽂아놓은 빨대를 물고 다급하게 목을 축이기도 했다. 그 앞엔 새우깡을 까놓았는데, 힘을 너무 세게 주어 봉지를 뜯은 것인지 과자가 벤치며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벤치에서 조금 먼 곳까지 떨어진 과자는 비둘기가 쪼아 먹고 있었다.

짙은 화장이 온통 엉망으로 번진 채였다. 담배를 피우는데, 한 모금을 빨아들이는 호흡이 퍽 길었다. 내게도 보일 만큼 담배를 쥔 손이 크게 떨렸다. 계절감이 없는 옷차림 때문일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여자의 망사스타킹이었다. 드러난 허벅지에는 손바닥보다도 큰 장미가 새겨져 있었다. 가죽 재킷에 딱 붙는 나시티와 미니스커트. 높은 통굽 힐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한 옷차림이었지만 아무리 봐도 조문을 위한 복장은 아니었다.

나는 여자를 처음 보았지만, 그녀가 유라의 친구인 걸 알 수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강렬한 향냄새가 났다. 계단을 하나씩 밟으며 지하로 내려갈수록 냄새는 짙어졌고 바깥에서부터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희미해졌다. 빈소에서부터 튕겨져 나온 사람들이 대 여섯쯤 복도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 복도의 풍경에 하마터면 풋, 하고 소리 내어 웃을 뻔했다. 도무지 내가 생각하며 온 장례식의 모습이 아니었다.

음악만 틀어져 있었다면, 조금은 어둡고 하얗게 쭉 뻗은 복도가 우리가 자주 가곤 했던 클럽이라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젤과 스프레이로 머리를 빳빳하게 세운 모히칸, 노랗고 빨간 머리 스타일 정도는 그중 가장 외관이 얌전한 사람들이었다. 다들 검은 옷을 입었다 뿐이지 보통 말하는 상복의 차림은 아니었다. 너절할 정도로 옷에 구멍이 나 있거나 징이 박혀있었고 레이스와 프릴이 가득했다. 외투의 등에 새겨진 프린팅에는 아주 커다란 해골 무늬가 있기도 했다.

이들은 건물 밖에서 만났던 여자와 일행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나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홍대에 머무르는 펑크족의 주머니 사정은 빤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상복을 갖추기보단 조의금을 내기로 한 모양이었다. 조객록을 작성하는 테이블 앞에 서, 봉투 하나를 놓고 저마다의 주머니에서 만 원, 이만 원씩 구겨진 지폐를 주섬주섬 꺼내고 있었다.

그제야 유라의 장례식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울음이 비죽 튀어나오려고 해서 입술을 꾹 다물었다.

모리는 그 틈에 서 있었다. 먼저 알은체를 해온 것은 모리 쪽이었다. 아르바이트하다가 전해진 부고에 막 뛰쳐나와 막차를 탔다고 했다. 그 와중에도 집은 잠깐 들렀던 것인지 단추가 떨어진 까만 재킷 하나를 걸치고 있었다. 받쳐 입은 빨간 직원복에 새겨진 ‘홍대 엉터리 생고기’ 글자는 잘 가려지지 않아서, 모리는 자꾸만 옷깃을 여며야 했다.

나와는 달리 모리는 그들과 안면이 있었다. 유라가 매니저를 맡고 있던 펑크 록 밴드의 사람들이라고 했다. 처음 듣는 얘기였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펑크족인 유라가 홍대를 자주 드나들었던 건 알고 있었지만 그 까닭은 전혀 몰랐다. 록 밴드의 매니저라니. 밴드 공연이 끝난 뒤 뒤풀이를 하다 알바생인 모리와 친해졌다는 것도. 모리는 빈소에 들어가 보라며 내 등을 툭툭 두드려주다, 중요한 게 생각났다며 덧붙였다.

아, 참. 영정사진 볼 때 잘 참아라.
뭘 참아?

복도에서 이어지는 말소리에 빈소에서 불쑥, 유라를 닮은 사람이 고개를 내밀었다. 상복을 입은 유라의 어머니였다. 황당한 복장의 조문객이 이어진 탓이었는지, 잔뜩 지친 얼굴을 한 채였다. 그녀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조금쯤 안심한 기색으로 말을 걸었다.

어떻게 오셨죠?
나는 우리 사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거렸다. 잠깐 고민한 끝에 겨우 거짓말을 내놓을 수 있었다.
후배요. 고등학교 후배.
그래요. 와줘서 고마워요…. 들어와서 인사해.

나는 유라가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부러 고등학교, 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했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아 쥐고는 한참을 묵묵히 서 있었다. 그리고는 손목을 잡아 빈소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 안에는 몇 송이의 국화꽃과 타고 있는 향, 유라의 영정사진이 있었다. 나는 영정을 보자마자 터져 나오는 실소에 입술을 꾹 다물어야만 했다. 유라의 부모님이 이상하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는 고개를 돌려 저만치 뒤에 선 모리를 흘겼다. 그는 입 모양으로 말했다.

잘 참으라고 했잖아.
참아지지 않을 거라고도 말했어야지!

영정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는 입을 벙긋거렸다. 모리도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쥔 핸드폰의 카메라 부분을 툭툭 쳤다. 자신이 사진을 찍어두었다는 뜻이었다. 사진 속 유라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흰 블라우스를 입은 유라는 살이 통통하게 올랐고 다소 밍숭맹숭한 인상이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탓에 드러난 치아에는 교정기가 껴 있었다.

유라가 기필코 과거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 데엔 이유가 있었다. 모리도 나도, 유라가 앞에 있었다면 두고두고 보며 놀릴 만한 사진이었다. 홍대에서 우리가 만난 펑크족 친구인 유라와 가족이 기억하는 대견한 외동딸의 모습은 아주 다른 모양이었다. 앳된 얼굴을 가만히 들여 보았다. 사진 속 유라의 웃음은 사라질 줄 몰랐다. 양 볼에 보조개가 선명했다. 좋아했던 그 웃음을 한참 바라보다, 코가 시큰해져서 고개를 돌렸다. 갈비뼈 아래로 가슴 안쪽을 누군가 꽉 쥐어짜는 것같이 아팠다.
자리를 지키고 선 유라의 아버지가 내 쪽을 향해 물었다.

누구라고?
후배래. 고등학교.

직접 대답을 하기도 전에, 내가 한 거짓말은 좀 더 확고해졌다. 나는 모두가 알고 있는 유라의 모습과 터무니없이 다른 영정 사진에, 울컥 질문이 터져 나오려 했다. 유라가 혀에 피어싱을 하고 있던 건 알고 계세요. 뚫은 자리가 잘 아물지 않아 살이 훌쩍 빠질 만큼 한 달은 제대로 먹지 못 했던 건요. 걔는 밤마다 술이 없으면 잠들지 못 했고요, 팔 안쪽으로 오랜 흉터가 가득했단 말예요. 나는 많은 말들을 꾹꾹 삼켜내야 했다.

엉거주춤하게 무릎을 굽히고 앉아 향을 피웠다. 기다란 향에 빨갛게 불이 올랐다. 공중으로 퍼지는 연기와 함께 마른 잎을 태우는 것 같은 독하고 매캐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빈소의 천장에는 차곡차곡 쌓인 연기가 뭉쳐 뿌옇게 부유하고 있었다.

반대편 손바닥을 휘저어 불을 끄고는 향을 꽂았다. 단 아래에는 헌화를 위한 흰 국화가 쌓여있었다. 국화 냄새가 날 법도 한데, 향냄새가 너무 독해서 꽃 냄새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나는 꽃을 쥐었다가, 줄기를 한참 만지작거렸다. 국화는 단에 차곡차곡 놓이기보다, 다른 곳 어딘가에 놓여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마땅한 장소가 떠오르지 않아, 집었던 국화를 내려놓았다.

절을 했다. 절을 하고 일어서서 유라의 부모님께 인사를 했다. 사귈 적 농담처럼 던지던 상견례가 영정을 앞에 두고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빈소를 벗어나며 모리를 향해 손짓했다.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가 무거워서 견디기 힘들었다. 바깥으로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모리는 내 손짓을 다 보았음에도 빈소 바깥에 서서 유라의 사진을 오래도록 들여 보았다. 조금 전까지 나와 장난스럽게 시선을 교환하던 태도는 오간 데 없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 그 옆에 서서 빈소 안의 국화를 바라보았다. 헌화하지 않은 국화가 못내 신경 쓰였다. 그동안 좀 더 날이 밝았고 조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라의 부모님은 조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를 잠시 비웠다. 나는 그 틈을 타 빈소로 뛰어들었다.

망 좀 봐 줘!
뭐라고?

나는 빈소 안으로 뛰어들었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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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이본느-        

   

고양이 알러지가 있는 비극을 타고 났습니다. 이정도의 운명이면 어디에선가 주인공이 되어볼 법 한데, 아직 때는 오지 않은 것 같네요. 가장 잘 아는 것을 옮겨 적어야지, 하고 글로 적고 나면 너무나도 낯선 세계가 놓여 있습니다. 그 간극을 좁히는 일을 계속해서 해 나가고 싶습니다. 함께 쓰는 이들과 오래도록 동지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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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벅스는 재능을 연결해드리는데 일체 수수료가 없습니다.

이본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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