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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이방인 <1화>성신여대 작가 양성 프로젝트

성신여대 소설창작론 ‘작가의 탄생’팀은 미래의 예비 작가 양성을 위해 “나 혼자 쓴다 – 웹소설 1억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지금은 웹소설 시대, 신춘문예의 계절 12월에 원고지대신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이번 테마는 ‘서울’. 서울이란 공간을 모티브로 서울에 사는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희망을 쓰겠습니다.

변수정

홀로 발을 딛고 선 외딴 섬이 천지가 개벽하듯 흔들리는 꿈에서 깨어난 것은 눈가에 기묘한 작열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눈을 감은 채로 손을 뻗어 머리맡을 더듬자 거세게 웅웅대는 딱딱하고 차가운 기계가 손끝에 닿았다. 간신히 들어 올린 무거운 눈꺼풀 밑으로는 햇빛이 아닌 어슴푸레한 서울의 밤빛만이 나를 반겼고 핸드폰은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었다.

밤인 것을 보니 알람은 아니고, 그렇다면 전화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누가 이 시간에 전화를 걸었을까? 스팸 전화를 거는 사람들도 밤에는 자겠지. 그러면 누가 있더라.

손끝에 걸린 핸드폰을 끌어당겨 손에 쥐었다. 눈 위로 쏟아지는 액정 불빛에 적응하기 위해 눈을 깜박이는 사이로 익숙한 이름이 점점 선명해졌다. 동생의 이름이 찍혀있었다.

잠기운이 싹 달아났다. 전화를 왜 한 걸까? 저번 달 월세는 밀리지 않았고 이번 달 월세는 내려면 아직 멀었다. 돈을 보내달라고 한 적도 없다. 얼굴이나 보고 싶다는 전화를 하기에는 서로 그렇게 돈독한 사이도 아닐뿐더러, 이런 시간에 전화를 할 턱도 없다. 액정에 닿은 엄지손가락이 잠깐 망설이다가 화면을 오른쪽으로 밀어 넘겼다.

“여보세요.”

건조한 동생의 목소리가 스피커 너머로 작게 울렸다.

“아버지가.”

“응?”

“아버지. 얼마 안 남으셨다고.”

동생의 목소리는 너무 차분하고 건조해서 꼭 농담 같았다. 나는 한참이나 말을 못했다. 누가 내 입천장과 혀를 억지로 꿰매놓은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왜 대답이 없어?”

“어, 으응. 듣고 있어.”

“이번 주말에라도 한 번 내려와. 보고 싶다고 하시니까.”

합정. 홍대 입구. 신촌.

지하철이 쉴 새 없이 몸을 뒤틀었다. 합정에서 물밀 듯 밀려온 인파는 반은 홍대 입구, 반은 신촌에서 와르르 빠져나갔다. 그러고도 바닥은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꽉 차 있었다. 이십 분여 동안 흔들리는 바닥 위에서 내 전신을 지탱하던 발바닥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이대, 아현, 충정로.

강변을 향해 달리는 열차가 몸을 비틀며 사람을 쏟아냈다. 어제까지만 해도 햇볕이 꽤 따스했던 것 같은데. 열차가 아가리를 벌릴 때마다 추운 바람이 쏟아져 들어왔다.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었다. 만질 때마다 철가루가 묻어 나오는, 네 장에 이천 원 하는 손난로가 주머니 안에서 바삭거렸다.

시청, 을지로 입구, 3가, 4가…

서울, 하고도 합정동에 올라와 오피스텔에 자리를 잡은 지 5년이 되었다. 500에 60, 이름이야 합정동이라지만, 합정동 중에서도 최말단에 위치한 오피스텔은 역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러 가는 데만도 한참이 걸린다. 발바닥에 물집이 나도록 발품을 팔아 만난 나의 보금자리는 정말 손바닥만 했다.

나는 5년 사이 고향에 단 한 번도 내려가지 않았다. 첫 2년은 주말과 명절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내 몸을 가눌 시간도 부족했고, 나머지 3년은 제대로 된 일자리도 찾지 못하고 아무 곳이나 전전하는 부랑자 같은 신세가 비참했기 때문이었다.

너는 어쩌면 그렇게 일이 많으니? 돈은 잘 준다니? 차마 거기에 대고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요, 엄마. 한 시간 동안 허리 한 번 굽히지도 펴지도 못하고 일해서 칠천 원을 받아요. 그렇지만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강변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 오른쪽입니다.

인파에 휩쓸리다시피 열차에서 발을 내디뎠다. 한기가 온몸의 구멍을 타고 몸속 가득히 자리를 잡았다. 나는 별 소용이 없을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한껏 코트를 여며 한기를 막으려고 애를 썼다. ‘이번 주말에는 한 번 내려와. 보고 싶다고 하시니까.’ 건조한 목소리로 꼭꼭 ‘보고 싶다고 하시니까’ 하고 강조하는 목소리가 어딘지 간절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나는 아버지와 나눈 마지막 대화를 떠올렸다. 당신은 대화라고 생각하지 않으실 지도 모르겠다. 꼴도 보기 싫어, 이 염병할 년! 노인의 늙고 쭈글거리는 손가락 끝은 당신의 몽롱한 정신과는 다르게 내 얼굴을 똑바로 지목하고 있었다. 네, 아버지. 저 이만 가볼게요. 몸 건강히 잘 계세요.

나는 노여움에 가득 차 부들부들 떨리는 노인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내 기억 속 마지막 액자에 새겨진 나의 아버지의 모습은 그랬다.

치매라는 괴물과 엄마는 퇴촌면, 퇴촌면 중에서도 아주 외딴 곳에 산다. 그들이 그곳에 산지는 이제 햇수로 꼬박 60년이 되었다. 나와 동생은 그들에게 서울로 올라올 것을 몇 번 권유했지만 엄마는 한결같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에게는 야맹증이 있었다. 60년 동안 걸어온 구불구불한 밤길이 갑자기 바뀌는 것이 싫다며 엄마는 늘 그곳을 고집했다.

“엄마, 요즘 서울은 밤에도 간판이 빛나서 길이 보여요.”

“그래도 나는 여기가 좋아. 늙으면 바뀌는 게 싫어.”

십삼 다시 이번 버스가 잠시 후에 도착합니다.

13-2번 버스를 타고 두어 시간을 더 가야 퇴촌이다. 쉴 새 없이 덜컹거리는 조막만 한 의자에서 눈을 붙이기란 어려웠다. 뜬 눈으로, 파도처럼 울렁이는 속을 부여잡고 손바닥만큼 열린 창틈에 고개를 처박은 채 나는 한참을 흔들렸다. 1,800일 가까이 보지 못한 가족의 얼굴은 이제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윤곽은 그려지는데, 모두의 얼굴이 심령사진처럼 흐릿했다.

갑자기 그들의 얼굴을 보아야 한다는 사실이 회사에 첫 면접을 보러 갔던 날만큼이나 떨리기 시작했다. 그 면접 날에는 면접관 앞에서 바보처럼 아랫입술과 턱을 덜덜 떨며 대답했다가 떨어졌고 이후로 나는 발표 울렁증이 생겼다. 가족의 얼굴을 마주하고 토악질을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음료수 냉장고가 한 대뿐인 구멍가게를 지나서 10분을 걷고, 세탁소를 지나 또 10분을 걸으면 밭들 사이에 우두커니 작은 건물이 앉아있다. 5년이나 지났지만 동네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익숙했고, 오히려 나는 나 자신에게서 기시감을 느꼈다. 고향에 온 사람의 기분이 아니라 시골에 발을 들인 외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집 옆에는 분위기에 영 어울리지 않는, 비싸 보이는 검은 색 세단이 건물 옆에 겨우 낑겨있었다. 동생의 것이 분명했다. 나는 구색 갖추기로 들고 온 음료 세트의 손잡이가 손바닥에 아프게 파고들 정도로 움켜쥔 채 대문을 똑똑 두드렸다. 이 집은 아직도 초인종이 없었다.

“우리 윤경이가 왔구나.”

끼이익, 문 끝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귀가 찢어지게 날카로웠다. 나는 음료수 박스를 들고 있지 않은 손을 뻗어 엄마의 마른 등을 끌어안았다.

“내가 온 줄은 어떻게 알았어.”

“올 사람이 윤호랑 너 말고 또 누가 있니.”

5년이나 안 왔는데. 쓸데없이 사족을 붙이는 대신에 목구멍 뒤로 밀어 넣고 집안에 발을 들였다. 자취방의 쓸쓸한 바람 소리 대신 5년 만에 맡아보는 정겨운 집의 냄새가 났다. 된장찌개를 끓이는 냄새도 났다. 거실의 낡은 브라운관 TV는 전국 노래자랑 재방송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었지만 나는 송해의 얼굴보다 그 앞의 낡은 소파 위로 톡 튀어나온 늙은 뒤통수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회에 계속)

☞제2화 바로가기

☞제3화 바로가기

-작가 변수정-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란 인천 토박이. 서울에 가본 적이 학교 말고는 손에 꼽아서 소설 쓰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장르 구분 없이 아무 책이나 닥치는 대로 읽던 초등학생 시절, 밀린 일기를 쓰면서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시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글을 잘 쓴다는 담임선생님의 코멘트에 자신감을 얻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먹고 살고,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 삶의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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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벅스는 재능을 연결해드리는데 일체 수수료가 없습니다.

변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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