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프랜차이즈가 대세인 시대다. 덕분에 제주도 흑돼지 전문점들을 서울 곳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시간과 경제력만 허락된다면 언제든 제주도 고기를 맛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다고 한들 현지에서 먹는 맛에 비할쏘냐.

패키지로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되면 이 제주산 흑돼지는 식사 메뉴로 적어도 한 차례는 잡혀있게 마련이다.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제주산 흑돼지에 대한 선입견을 간직해오고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제주만의 독특한 돼지 사육법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체득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요소들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흑돼지 메뉴의 선택을 꺼리게 하거나 머뭇거리게 만든다. 원래 전통 제주산 흑돼지는 재래식 화장실 아래 축사에서 길러져 인분을 먹고 자라난다고 한다. 인분을 먹인 돼지라니, 생각만으로도 밥맛이 멀리 달아나지 않는가.

고기를 불에 굽기 위해 손으로 들어 올리는 순간 표면에 붙은 시커먼 털은 또 어떤가. 처음 접하는 사람은 기겁을 하게 마련이다. 인분을 먹고 자란데다가 제대로 손질이 되지 않아 털이 드문드문 박힌 고기라니, 이를 먹어도 건강상이나 위생상으로 전혀 지장은 없는 걸까?

다행히 첫 번째 우려는 말끔히 해소될 것 같다. 최근에는 인분을 먹이지 않고 고급 사료로 대체되어 위생적인 환경에서 길러진다고 하니 말이다. 물론 흑돼지라는 어휘만 접해도 자연스레 인분이 연상되게 하고, 또한 그로 인한 찜찜함은 여전히 지울 수 없게 하지만 말이다.

털이 붙은 고기, 비주얼로는 무척 끔찍한 요소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고기의 품질을 인증하는 잣대처럼 받아들여지는 듯싶다. 어쩌면 원조 제주도 흑돼지에 관한 상품성의 가치를 바로 이 털로 인증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표면에 돼지털이 까칠까칠하게 박혀있는 고기야말로 진정한 제주산 흑돼지라는..

여러분은 맛있게 드실 수 있나요?

Nom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