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의 작품으로 유명한 조각가가 있다. 바로 김원근 작가다. 그가 정성껏 조각하여 새롭게 형상해놓은 인물은 우리 주변 어디에선가 실제로 많이 본 듯한 캐릭터다. 꽃무늬 티셔츠와 깍두기 머리, 그리고 날렵하기보다는 배불뚝이 체형에 조금은 덜 떨어진 듯한 표정까지, 그래, 이 캐릭터 정말로 어디선가 많이 본 느낌이다. 어디서였을까?

한국경제신문 캡쳐

동네를 어슬렁거리던 건달들의 모습이 이러했던가? 아니면 혹시 영화에서 본 건 아닐까? 꽃무늬 티셔츠, 지금은 전형적인 특정 직업군을 떠올리게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 그것만의 아련한 기억이 담겨 있다. 한 번 더듬어보자. 예전에 탈옥수로 이름을 날렸던 신창원이라고 혹시기억하는가 모르겠다. 이 사람을 기억한다면 미안하지만 당신은 이미 아재 이상의 연령대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흉악 범죄자였음에도 당시 대중들로부터, 특히 여성들로부터 이상하리만치 많은 동정심을 이끌어냈다. 여성이 나쁜 남자에 끌린다는 그 묘한 심리였을까? 아니면 순정파일 것 같은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김원근의 작품 역시 그러한 이미지가 왠지 강하게 각인돼있는 느낌이다. 외모는신창원 그와 그다지 닮지는 않았으나 어딘가 모르게 이미지는 자꾸만 그를 떠올리게 한다. 정작 이 캐릭터를 닮은 인물은 따로 있는데도 말이다. 체형을 보면 딱 그 배우가 떠오른다. 요새 인기 상종가를 누리면서 어느 누구보다 많은 활동을 통해 스크린에 얼굴을 비치고 있는 마동석 바로 그다.

마동석이 인기 있는 이유는 의리파에 순정파이면서도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왠지 우리 이웃에 하나쯤 있을 것 같은 만만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묘한 향수와 B급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그가 요즘처럼 촘촘하고 정신없는 시대에 우리의 감정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김원근 작가의 작품은 바로 이러한 B급 감성에 천착하고 있다. 해당 캐릭터를 조각한 지 벌써 7년이나 됐단다. 그가 창조한 캐릭터에 대해 그 스스로는 이렇게 해석한다.

"한국적이면서 유머스럽고 정감 있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세상에 예쁘고 키 큰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특히 그 인물상을 통해 전형적인 한국 남성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죠."

그의 의도처럼 창조해낸 캐릭터들이 대중들의 B급 감성을 제대로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원근 작가의 조각들은 현재 전국 곳곳의 공공장소에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웃음을 유발해오면서도 무언가 친숙해 보이기까지 하는 순정파 캐릭터, 어느덧 그의 작품들은 우리의 헛헛한 마음을 달래주는 소중한 이웃이 된 느낌이다.

Nom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