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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브로맨스 로드무비영화 '그린 북'

한 사람은 교양미라고는 일절 없는데다 거칠기 짝이 없는 고집불통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다. 그는 뭐든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내키지 않을 경우 주먹부터 나가는 다혈질이기까지 하다. 허풍은 또 얼마나 심한지 평소 주변사람들로부터 ‘떠버리’라 불린다.

다른 한 사람은 학식이 매우 높고 교양이 철철 넘치며, 품격이 결국 폭력을 이긴다는 사실을 신봉하는 뮤지션이다. 일찌감치 천재성을 인정받고 대중적인 음악 연주에 뛰어든 흑인 피아니스트다.

이 두 사람이 함께 미국 남부 여행에 나섰다. 물과 기름처럼 완전히 이질적인 두 사람의 여행, 과연 온전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영화 ‘그린 북’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됐다.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 그리고 운전기사이자 로드 매니저 ‘토니 발레롱가’, 실존했던 이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실제 이야기에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작품이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60년대, 8주 동안의 미국 남부 순회공연을 위해 돈 셜리는 매니저 겸 운전기사가 필요했고, 우여곡절 끝에 토니 발레롱가가 그의 적임자로 낙점된다. 두 사람은 각각 흑인과 백인이라는 겉으로 드러나는 차이점도 컸지만, 그보다는 제각기 성향이 너무 상이한 바람에 사달이 벌어질까봐 둘이 함께 하는 투어는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적 특성상 당시 북부보다는 남부에서의 인종 갈등과 차별이 유난히 심했다. 천재 뮤지션이자 대중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던 돈 셜리인들 일상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거나 만연돼있는 인종 차별 행위들을 결코 피해갈 수 없었다. 유색인종만 이용할 수 있는 숙소가 별도로 존재했고, 어디를 가든 식당이나 화장실 등도 백인들과 분리되어 운영됐다. 심지어 유색인종에 대한 야간통행금지가 실시되는 주도 있었다.

유명 뮤지션임에도 돈 셜리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엄습해오는 차별과 배제는 어느덧 그를 지치고 외롭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남부에서의 투어를 결정, 편견과 차별에 과감히 맞서는 고행을 선택한다.

토니 발레롱가는 사실 어느 누구보다 피부색에 대한 편견에 심하게 사로잡혀있는 캐릭터다. 고용인은 엄연히 돈 셜리였고 자신은 피고용인이었음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고 또 애써 이를 모른 척한다. 워낙 성향이 이질적이라 두 사람의 관계는 일찌감치 파탄이 날 것 같았지만, 의외로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또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굳건했던 이들의 감정에도 조금씩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두 손에 기름을 묻혀가며 먹는다는 프라이드치킨조차 오로지 교양과 품위 때문에 마음대로 시식하지 못했던 돈 셜리는 막무가내인 토니의 들이댐 효과가 조금씩 힘을 발휘하면서 가벼운 일탈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변모해간다. 흑인에 대한 편견에 찌들어있고, 내키는 대로 행동하며 주먹부터 앞세웠던 토니 역시 천재 뮤지션 돈 셜리의 기품 및 교양 있는 태도가 결코 가식적인 게 아닌 그의 인품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고 점차 피부색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다.

이렇듯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받으면서 조금씩 우정을 쌓아간다. 일종의 브로맨스 로드무비 장르의 영화라고 할까. 아울러 돈 셜리의 현란한 피아노 연주 장면은 눈과 귀 모두를 호강시켜주기에 차고도 넘치는 대목이다.

이 영화는 지난 7일 개최된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그리고 돈 셜리를 연기한 ‘마허샬라 알리’의 남우조연상 수상으로 3관왕에 올랐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작품성까지 두루 갖춘, 근래 보기 드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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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라보기(qkfkqhrl) 2019-01-11 20:38:12

    작품에 대한 해석이 좋네요.
    벌써 브로맨스 무비 한편이 지나간 느낌입니다.
    영화를 봐야 하나요?
    봐야겠죠?
    그렇죠.   삭제

    • fndk2846(fndk2846) 2019-01-10 19:19:42

      그런가요...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1-10 14:04:49

        브로맨스 로드무비 장르, 장르에서 보고 싶은 요소를 두루
        갖추었고 작품 소개까지 더해 꼭 봐야겠네요.
        좋은 작품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삭제

        • Maybugsman(glassonly) 2019-01-10 11:10:48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죠. 저도 보고 싶지만 시간아 잘 안나네요.. 한번 마음먹고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거 도전해봐야겠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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