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감정에 개입하기 싫은 나였다.

그 사람의 아픔이고, 슬픔이고 운명이니까.

이겨내든, 잠겨있든 그 사람의 의지이니까.

달래주는 법도, 위로의 한마디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자존심을 건드는 게 되니까.

난 힘들때 누가 옆에 있는 게 귀찮은 사람이니까,

내가 그러니까, 남도 나와 같은 방식으로 내버려둔다.

나는 내 아픔을 안아줄 줄을 모르는 사람같다.

그래서 타인의 아픔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림이다.

슬픔을 이기고 밖으로 나올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내가 건네는 위로의 방식이다.

슬프면 실컷 울고 털어버리면 어느 정도는 좀 나아질 때가 있다.

억누르고 일부러 밝은 척 사람들과 교류하다보면 찌꺼기처럼 심장에 끼게 된다.

그 사람이 이겨내고 내게 미소를 보내면 그 미소에 엷게 화답하는 것이 나의 교류이다.

술한잔 할래? 하고 연락이 오면 기꺼이 나가 마주하여 주고,

방황하는 곳으로 같이 동행해달라하면 기꺼이 그리 해준다.

힘든 사람이 손을 내밀어야 나는 움직인다.

딱 여기까지이다.

그러나 간혹 사람들은 이런 나의 방식을 오해한다.

차갑다고. 남들 다 위로해주느라, 전화하고 문자하고 그러는데 나는 그러지 않는다고 말이다.

모르겠다. 기다림이 그 사람에게 전달되지않을 땐 속상하다.

각자의 방식이 서로 어긋나도 마음은 머무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사이가 아닌것인가? 

아님 아직 우리는 서로를 모르는 것인가?

언어적 교류보다 정신적 교류를 더 원하는 관계를 난 추구하고 싶다.

송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