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 무명전 (174)

(174)

이창진이 다가와 우의 어깨를 꽉 잡았다.

“ 내려가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지. ”

“ … ”

우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두 사람이 그곳에 도착해보니 십여명의 병사들이 와 있었다.

모두들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이 도착하고 나서 얼마있지 않아 앞서 이야기를 했던 장수가 나와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 집합! ”

사람들이 모이자, 장군이 이야기를 하였다.

“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세 명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검시결과 세 명의 신원이 밝혀졌다. ”

그의 말에 모두들 설마하는 표정을 하면서도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 그 세 명은 송혜진, 진진 그리고 진령(陳玲)이라는 여인이다. ”

이야기를 들은 우와 이창진은 엄청 놀랐다.

“ 방금 부른 여인의 지아비들은 저기 있는 검시관을 따라 가서 확인을 하도록 하라. ”

우와 이창진 그리고 어떤 병사 하나는 서 있던 사람을 따라갔다.

제정신이 아니었으므로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이제는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그냥 허탈하였다.

일각 정도가 지난 다음에 그들은 하나의 건물로 인도되었고, 그곳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 세 구를 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처리를 하였지만, 상당한 악취가 났고, 부폐정도가 심하여 차마 시신을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나의 시신이 입고 있는 옷이 우의 눈에 띄었다.

우는 앞으로 나아가 그 시신을 살펴보았다.

신체의 크기나 옷은 그 시신의 주인공이 우부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의 눈에서는 다시금 눈물이 흘러내렸다.

천천히 그녀의 시신을 향해 다가갔다.

“ 으헝 ”

바로 옆에 있던 이창진이 진진의 시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우는 천천히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눈물은 흘렀지만, 울음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냥 허탈하였다.

그러다가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자신의 아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니 그녀가 아닌 것 같았다.

우는 즉시 검시관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 저 여인은 제 내자가 아닙니다. ”

부정하고자 하는 그의 눈을 보면서 검시관이 고개를 저었다.

“ 이 시신은 송혜진이라는 여인이 확실하네. 시신의 크기도 그렇고 송혜진이라는 증거는 상당히 많지. 내자가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인정을 하고 그녀가 좋은 곳에 가기를 바라는 것이 지아비로서의 도리라고 생각되는구만. ”

현실적으로 검시관이 정확하게 판단하였지만, 우로서는 그 시신이 우부라고 인정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인정하기가 싫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아니라는 증거를 내놓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죽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검시관의 말처럼 그녀가 좋은 곳에 가기를 바라는 것이 살아남은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우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차라리 보지 않는 것이 좋을 정도의 모습이었으나, 그 모습에서 우는 과거의 그녀를 찾았다.

또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참을 둘러보던 우는 우연히 여인의 손가락을 보게 되었고, 눈빛이 달라졌다.

옆에서 이창진이 통곡하고 있었다.

진진의 경우에는 어떤 이유에선지 목이 몸에서 떨어져 있었고. 그 부분의 부폐가 적은 편이었으므로 바로 진진임을 알아볼 수가 있었다.

그 얼굴을 본 누군가가 쑥덕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