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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말에 검시관은 고개를 흔들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아주 조용히 말한 것이라 이창진은 알아듣지 못하였으나, 우는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참동안 이어지던 두 사람의 통곡소리가 잦아들자, 검시관이 말하였다.

“ 시신의 부폐정도가 심해 화장(火葬)을 하여 내일 각 자에게 유골을 건네 주겠다. 질문 있나? ”

“ … ”

아무도 다른 말을 하지 않자, 검시관이 말하였다.

“ 여기 오기전에 자네들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도록 하라. 길은 잘 알고 있겠지? ”

그렇게 세 사람은 본래의 집결지로 되돌아왔다.

그들이 돌아오자, 장군이 말을 하였다.

“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곧 모든 전말이 밝혀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각 자의 집에서 푹 쉬도록 하라. 밝혀진 사실이 있으면 바로 알려주도록 하겠다. 그리고 제군들은 휴가기간동안 여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제군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어쩔 수 없다. ”

우는 장군의 말을 흘리면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의 귀에 장군이 한 마디가 들려왔다.

“ 질문이나 건의사항 있나? ”

우는 손을 번쩍 들었다.

“ 뭐냐? ”

“ 이번 일을 조사하는 것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

장군이 굳은 표정으로 말하였다.

“ 그것은 곤란하다. 자네와 같이 당사자가 조사에 참여하게 되면, 엉뚱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

“ 아닙니다. 장군님! 이 일은 저희들로서도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꼭 제가 아니더라도 여기에 있는 병사들 중 한 명이 대표로 참가하여 조사상황을 봐서 저희들에게 이야기 해 주는 것이 그나마 저희들을 위로하는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저희들에게 미련을 남기지 않도록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

마지막에는 무릎을 굻으면서 선처를 호소하였다.

그러자, 다른 병사들도 동일한 행동을 하며 그에 동조하였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장군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좋다. 제군들의 건의사항을 보고하도록 하겠다. ”

그러자, 병사들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 건의사항이 받아들여질지에 대해서는 본관도 장담할 수가 없어서 유감이다. 가능한 노력을 해 보겠다. ”

병사들은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 감사합니다!! ”

각 병사들은 자신의 집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먼 길을 온 데다가 어이없는 일을 당하다보니 그 피로가 엄청났다.

이창진이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우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고민을 하였다.

‘ 건의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

우의 생각에 그 건의사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일반 병사들 내자들의 실종사건에 불과하였으므로 고위층에서 신경을 써 줄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동안 고민하던 우는 일단 상황을 지켜 보기로 하였다.

당장 결론을 내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 우선 푹 쉬자. 무슨 일을 하더라도 피로한 상태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

우는 침상에 누웠고, 명상에 잠겼다.

그리고는 곧 잠에 빠져 들었다.

명상 때문인지 아니면 여독(旅毒) 때문이지 푹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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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던 여인은 그 책을 내려놓고 차를 마셨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차는 지리산 야생차로 특히 우전(雨前)을 가장 좋아하였다.

우전은 한겨울 눈 속에서 지리산 영기를 머금고 자란 차나무에서 곡우 5일 전쯤 첫 새순을 따모아 만든 차(초세작)인데, 지역마다 그 거두는 시기가 조금씩 달라 품질에 대해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우전 다음으로 좋은 품질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설(雀舌)로 보통 곡우에서 닷새 정도 지난 후의 새순으로 만든 차였다.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