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사랑을 묻고 있는 영화!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꼭 구해서 보기를 권한다. 장진 감독 특유의 유머가 살아있어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빨려들어간다. 무겁지 않으면서 가볍지 않는.... 이런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나 무거운데 어떻게 데려왔어요?"

"접어서 봉투에 담아왔어요"

여관방에서 눈을 뜬 치성이 이연에게 묻는다. 건장한 남성 그것도 운동선수인 치성을 낑낑대며 끌고 왔던 이연은 참으로 어처구니없지만 귀여운 대답을 한다. 접어서 봉투에 담아왔다고...
오래전부터 몰래 사랑해왔던 남자를 단 둘만의 장소로 끌고온 이연의 가슴은 얼마나 뛰었을까? 거기다 남자는 몸을 가누지도 못할만큼 취해있고.... 어쩔줄 몰라하는 이연의 모습, 그 행동, 그 표정이 나를 설레이게 했다.

"그냥.... 아는 여자야..."

"아는 여자 많아요? 주변에 그냥 아는 여자 많아요? 몇명이나 되요?"

"거기가 첨이예요. 한명도 없어요"

" 다행이네... 정말 다행이다"

아는 여자라는 말. 정말 무책임하고 성의 없는 표현이다. 아는 여자의 반대말은 뭘까? 모르는여자? 아니면.... 사랑하는 여자? 어찌보면 참으로 매정한 이 말.... 하지만.... 이 세상에 유일한 '아는 여자'는 어떨까? "다행이다"를 중얼거리던 이연의 미소가 행복해보인다.

"너 사랑이 뭔지 알어?"

"사랑이 뭐 대수냐? 여자 만났다 이름부터 물어보고 이름알면 그 이름가진 그 여자 사랑하는거고 그 다음엔 나이 물어보고 그 다음엔 뭐 좋아하는 음식..."

"저기... 제가... 집에 바래다줄까요?"

"나이가?" "24이요"

"참... 좋아하는 음식이... 그게..." "사발면"

"참 취미는?" "라디오" "아아아 아아 라디오... 엽서..."

"참 혈액형이 O형?" "B형" "성격은? "좋져" "난 O형인데"

끝임없이 사랑을 묻는 동치성. 그가 얻은 답은 뭘까? 중간에 나오는 도둑(정말 밉지 않은 도둑이다)이 이런 말을 한다.

"저요... 사랑에 대해 잘 몰라요. 근데 사랑하면요 그냥 사랑 아닙니까? 무슨 사랑, 어떤 사랑 그런거 어디 있나요? 그냥 사랑하면 사랑하는거죠. 도둑이라서 잘은 몰라요."

그래... 사랑하면 사랑하는거지 무슨 사랑, 어떤 사랑 그런거 없는거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그 사람의 이름을 물어보고, 아니를 물어보고, 혈액형, 취미,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면서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기에....
동치성은 영화의 초반에 자신에게 세가지가 없다고 했다. "첫사랑" "내년" "주사"
하지만 영화의 말미에 자신에게 없던 세가지를 얻게 된다. "내년" "주사" 그리고 "첫사랑"
남들에게는 다 있는데 나에게는 없는..... 사랑을 찾아.....

(2004년에 제 블로그에 올렸던 영화리뷰가 있어 가져와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