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천이 왜를 거쳐 대륙으로 진출하자, 두 상단도 천의 행보를 따라 왜를 거쳐 대륙으로 진출하였다.

왜에서도 두 상단은 각각의 지부를 두고 경쟁을 하였고, 대부분의 왜상들도 둘 중 하나의 상단과 관계를 맺었다.

조정에서도 그런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른 척 해 주었다.

두 상단에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상단들도 있었다.

그들은 주로 특화된 소수의 것들을 교역하는 상인들로 규모가 작았지만, 나름대로 알찬 장사를 하는 상단도 제법 있었다.

거대한 두 상단이 경쟁을 하다보니 서로를 집중적으로 견제하였고, 이 때문에 중간에서 이문을 얻을 수 있는 일이 자주 발생하였던 것이었다.

그들 역시 시장확대라는 이익을 놓칠 수 없었으므로 대륙으로 진출하였다.

그들의 예상과 달리 천의 너무 빨리 명을 장악하는 바람에 상인들은 엄청 당황하였다.

게다가 지나인들의 상단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려 한국 전체가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되었으므로 상인들은 무리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지부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많은 인원이 필요하였고, 그 바람에 사람들에 대한 확인이 등한시되었다.

그런 식으로 각 상단은 지역마다 지부를 경쟁적으로 두게 되었다.

소규모 상단들은 그런 여력이 없었으므로 중요한 지역에만 지부를 두었다.

특히, 아리지역에는 모든 상단들의 지부가 자리를 잡았다.

거대한 두 상단이 조정과 연결되어 있는 것과 달리 소규모 상단들은 그런 기회를 잡지 못하여 끈이 없었다.

물론 끈이 연결된 두 상단의 경우에도 이전과 달리 큰 혜택을 보는 것은 없었지만, 그런 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면에서 아주 유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최소한의 피해로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고, 가장 큰 장점은 천의 어느 지역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해 미리 알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상단의 경우에는 군과의 관계가 아주 중요하였고, 그만큼 끈이 있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미 송상과 천상은 조정 뿐만 아니라 군에도 상당한 줄을 만들어 둔 상태였지만, 소규모 상단들을 그렇지 못하였다.

조정과 각 지역의 왕들에게 끈을 연결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한 소규모 상단들은 마침 조정이 여인들을 모집하자, 그것을 이용하기로 작정하였다.

당장에는 말단 병사였으므로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일단 그들의 움직임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시간이 흘러 그들 중 일부가 승진을 하여 충분한 자리에 오를 경우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특히, 소규모 상단들이 주목한 병사들은 지나인들로 구성된 부대보다는 조선인으로 구성된 뇌총부대였다.

평양의 상인들로 구성된 유상(柳商 : 조선시대 평양에는 버드나무가 많아 유경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었음. 그래서 평양상인들을 유상이라고 불렀다고 함.)이라는 소규모상단은 다른 곳보다 뇌총부대에 집중하였다.

유상은 조선과 한국에서 아름다운 여인들을 구했고, 그들을 집중 교육하였다.

그들에게는 가족들이 있었으므로 요리하기가 쉬운 편이었다.

동시에 공략할 대상을 연구하였다.

가급적 조선내에 가족이 없는 경우를 우선적으로 선택하였다.

그런 경우에 가족에 대한 애착심이 클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유상은 우연히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고, 한 병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병사는 송상에서 미래를 위해 군에 넣은 사람으로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술솜씨가 뛰어난 사람을 일개 병사로 만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백부장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병사로 넣은 것은 자기 사람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자기 사람임을 드러내 놓을 경우에 온갖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심한 경우 전투시에 암살당할 가능성도 높았으므로 그렇게 한 것 같았다.

유상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아주 우연한 일이었다.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