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기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것이다. 부부 중 한 명이 상대방에게 질문만 잘해도 대화는 의외로 쉽게 된다. 난 항상 준비된 질문 몇 개가 있다. 식당, 카페, 장거리 운전할 때 이런 질문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다.

1. 요즘 무슨 생각 제일 많이 해?

2. 직장일은 좀 어때?

3. 육아는 좀 어때?

4. 이번 휴가 때 어디로 놀러갈까?

5. 최근 감사한 일 뭐 있었어?

별거 아닌 것 같은 이런 질문을 통해 아내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연예인이나 타인의 이야기는 1시간씩 해도 정작 본인 이야기는 잘 못한다. 대화를 많이 하면 할수록 배우자를 더 이해하게 되고 오해도 줄어든다. 사람은 누구나 관심 받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질문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관심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질문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다.

23살 아내를 만나 33살이 될 때까지 10년을 함께 했다. 20대 기억의 대부분은 아내와 함께한 추억이라 누구보다 아내를 잘 안다. 아내가 전화로 좋은 소식이 있다고 말하면 난 그 소식이 무엇인지 단번에 맞출 수 있다. 목소리 톤만 듣고도 무슨 말을 할지 예측할 수 있다. 그런 나를 보며 아내는 신기해한다. 내가 그걸 맞출 수 있는 이유는 평소 아내와 한 대화 속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아내의 말을 집중해서 들으면 직장에서 일어난 일, 주위 친구들의 근황, 최근 고민, 평소 생활 등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어 어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나올지 유추할 수 있다.

연애 때는 이성 친구의 말을 기억하려고 노력했지만 결혼하면 배우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조금 전에 한 말도 기억하지 못한다. 항상 딴 짓하며 허투루 듣기 때문에 귀로는 듣는 것 같아도 정작 서로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다.

만약 배우자가 대화하고 싶어 하는 눈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쳐다보자. 중간에 끼어들지 말고 묵묵히 듣자. 가끔 고개도 끄덕거리면 동의하는 리액션을 보여주자. 이것만 잘해도 대화의 반은 성공이다. 직장에서 부장님의 재미없는 농담에도 깔깔 거리며 웃어주듯 배우자의 재미없는 이야기도 들어주며 반응해주는 것이 부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대화할 때 핵심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공감해 주는 것이다. 남자는 습관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 문제를 가능한 빨리 해결시켜주고 싶어 한다. 또, 어떤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경향이 있다. 여자가 원하는 것은 논리 정연한 설명이나 해결책이 아닌 공감이다. 여자가 말하는 대부분의 대화에는 특별한 주제나 핵심이 없다. 그래서 뭘 말하고자 하는지 요지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유는 어떤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뿐 그걸 어떻게 하기 위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공유하고 공감 받고 싶을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Maybugs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