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북'이 잔잔한 감동을 주며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비교적 부드럽고 따뜻한 시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새해 힐링무비로서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7일 '그린북'은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 각본상, 영화-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받으며 3관왕을 차지했다. 또한 제43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해 이미 작품성으로는 세계의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품위있고 교양 넘치는 흑인 보스에게 고용된, 흑인 수리공이 마신 물컵조차 쓰레기통에 처박는 편견 가득한 백인 사이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62년 미국, 입담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던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는 교양과 우아함 그 자체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된다.

흑인이라는 불리함을 극복하고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 요청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돈 셜리는 유색인종에게는 위험하기로 소문난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투어 기간 동안 자신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토니를 고용한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 발레롱가와 교양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돈 셜리 박사. 생각, 행동, 말투, 취향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그들을 위한 여행안내서 '그린북'에 의존해 특별한 남부 투어를 시작한다.

'그린북'이란 1960년대 미국에서 유색인종이 인종차별이 있는 지역에서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당시 흑인들은 아무 곳에서나 식사할 수도, 잘 수도, 술을 마실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인종차별이라는 거대하면서도 무거운 담론을 다루지만 결코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무엇이 옳다 또는 옳지 않다라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나에게도 일상화 된 혐오와 차별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의견이다.

우리는 이미 흑인이 대통령이 되는 시대를 살아간 경험이 있다. 글로벌 시대에 인종과 민족을 차별하는 것만큼 위험한 사상도 없다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평생 그런 취급을 당해왔는데 당신은 하루도 못참아?"라고 소리치는 셜리의 아픔이 그를 이해하고 재능을 알아봐 준 토니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도 함께 울렸다는 한 네티즌의 관람평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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