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설날과 추석은 친척들이

모이면 여기 저기서 돈주머니가 

들어오기 때문에 항상

며칠 전부터 설레이고는 하였습니다.

 

지금은 흔해빠지고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지만 

제가 어릴때는 은행에 저금을 많이 했다고

돼지 저금통을 선물로 받고는 하였는데

 

중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지폐로만 꽤 많은 돈을 모으고 

 

은행에 돼지 통째로 가져다주고는

고스란히 저금하고 새로운 돼지를

받아오는 재미도 쏠쏠 했습니다.

 

 

 

 

중학교 입학을 앞 둔 설날에는 제법

많은 돈이 들어왔는데

그걸 저금할 생각에 설날 어른들

심부름이 즐겁기만 하였죠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저는 바로 은행에서 새해 선물로 준

돼지 저금통에 지폐들을 네모지게

잘 접어서 조심스럽고 기쁘게

돼지 배를 불렸습니다.

 

중학교 입학식이 있은 후

중학교 1학년이 되니 많은 것들이

변했고 세뱃돈을 주시는

친척분들이 줄어들기 시작 했고

이듬해 설날에는 돼지 두마리 중 한 마리가

실종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생이던 남동생마저

어두컴컴해질때 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아서

집안이 뒤집히고

 

급기야 경찰서에 남동생을 찾는 신고를

하고 나서야 새벽녘에 남동생을 

찾게 되었습니다.

 

저의 돼지 한마리를 잡아먹고

겁이나서 집에 들어오지 못했다고

울먹이는 남동생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죠.

 

부모님 마저 오히려 저를 설득하시니

속상하지만 패스 해야 하는 사건.

 

 

 

 

 

그랬던 남동생은 이제 장가를 가서

아이가 유치원에 갔고 결국

남동생의 아이는 저의 친조카가 되어

세뱃돈과 용돈, 옷, 신발, 장난감까지 

독식하고 있습니다.

 

남동생이 아파트를 넓혀서 이사를 간다며

어릴적 돼지저금통 습격사건을 이야기 하더군요.

 

그러더니 슬그머니 선물을 놓고 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십자가를 금목걸이로

주문해서 만들었답니다.

 

생일선물도 받아본적이 없는데

돼지해에 금목걸이를 선물로 받으니

괜찮은 장사 한것 맞습니다.

 

지금처럼 열심히 성실하게

잘 살아주는 남동생이길 새해 소원으로

빌어보았습니다.

 

저도 언젠가 코인으로 남동생 뺨 때리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아니 가족과 지인

모두를 대박난 코인으로 설날 쎄러모니 하기를

꿈꿔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