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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만원

사진은 픽사베이에서 발췌했습니다.

해맑은 아이들 사진을 보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가난했던 나의 어린 시절에는 특별한 추억이라는 것이 없다.

남들처럼 요란했던 졸업파티

부모님이 큰 꽃다발을 사들고 졸업식에 참관하거나

친구들과 사이좋게 웃으며 찍을 수 있는 사진기..

있는 것보다 없는게 더 많아서 없는 것이 익숙했다.

어렸을 적 어머니는 식솔들을 위해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명절에 하루 정도 쉬고 일요일도 없이 식당으로 일당벌이를 하셨다.

다들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그래도 내 눈에 우리 엄마가 제일 고생하며 사셨다.

장남이라고 철이 들었나보다.

학교에서 행사나 돈이 들어가는 일에서는 자연스럽게 함구하는

것이 좋다고 늘 생각했던 것 같다.

졸업식 전날까지도 티를 안내고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친한 동네 친구들과 동네 오락실 예약을 잡고 놀 생각이다.

이른 아침 새벽과 같은 시간에..

어머니는 나를 조용히 흔들며 깨웠다.

부스스 눈을 비비며

캄캄하지만 볕이 스며 들어오는 시간을 확인하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왜 깨웠어."

"이거...친구들이랑 끝나고서 맛있는 자장면 사먹어."

구겨진 만원 한 장을 쥐어주었다.

미안할 일도 아닌데...어머님은 내 눈을 바라보지 못하셨다.

그 날 아침에 시큼시큼한 콧날의 찡함이 상기된다.

무뚝뚝하게 "됐어."던지듯이 어머니께 다시 쥐어 주었다.

그리고 자는 척 하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렸다.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날의 나는 아직도 어렸다보다.

애써 감정을 숨기려 했던 행동들이 엄마 마음을 속상하게 했을

것이다.

조용히 식탁 위에 만원을 올려 놓고 어머니는 퇴장하셨다.

쿵 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총소리만큼 텅 하고 컸다.

놀고 싶었던 내 마음은 달아났다.

초등학생이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부자고 되고 싶었다.

나의 초등학교 졸업식은 성장통의 시작이었다.

가난을 끊어내버리고 엄마 대신 식솔을 거두고 싶은

마음이 들던 날이었다.

아직까지 볕을 보지 못한 삶이다.

그래도 아직은 젊기때문에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어머니한테 따뜻한 나라의 온기를 선물해드리고 싶다.

어머니의 생활가장 자리를 졸업시켜드리고 싶다.

내 어머니의 졸업식이 어찌보면 나의 진정한 졸업식이

될 것 같다.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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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o888) 2019-02-15 16:37:11

    저도 어머니께 받은게 많아 돌려드릴께 많네요.. 글을 읽고 있으니 마음이 짠하네요. 그 구겨진 만원은 실제로 만원이 아니고 훨씬 더 가치가 높은것 같습니다.   삭제

    • 바라보기(qkfkqhrl) 2019-02-12 20:11:45

      사람마다 사연하나 갖고있지 않은이 없다하여도.
      가난과 병마와 싸워야하는 사람보다 어려울까요.
      고진감래라 했습니다.
      금방 졸업 할겁니다.   삭제

      • 구름나그네(nogojiri) 2019-02-12 18:40:23

        내 어렸을 적 얘기를 그대로 듣는 것 같아 코끝이 찡하네요.
        모진 고난 속에서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시며 살아오신 어머니... 먹고 산다는 핑계로 발톱의 때만큼도 은혜를 갚지 못하고 있으니 가슴이 무너집니다.   삭제

        • Tanker(icarusme) 2019-02-12 10:53:39

          무뚝뚝하면서도 애정 가득한 부모님의 사랑이 보입니다. 역시 졸업이나 입학날에는 중국집입니다. 저도 아들넘 중학교 졸업식 마치고 짬뽕 사줬어요.   삭제

          • 인의예지신(ysihb22) 2019-02-12 02:00:54

            깊은 뜻이 담긴 돈이었네요~ 부모님의 마음 이제야 할 듯합니다. 더 해주고 싶지만 늘 미안한 그 마음....   삭제

            • 서재진(babypower2) 2019-02-11 20:18:52

              직장상사가 저에게 갑자기 5000원 신권을 주는 것입니다. 설날 되기 전에 알려주는 것입니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삭제

              • 영s(kyoung50) 2019-02-11 19:53:06

                엄마가 주신 만원... 참 많은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고달픈 삶을 사는 엄마를 이해하기 보다는 우리는 늘 투덜거리고 짜증을 내었던 기억밖에는 없네요..   삭제

                • 메이플(samsin2011) 2019-02-11 18:15:45

                  엄마가 옆에 계신것이 제일 좋은 선물인거예요.
                  돈이 있건 없건 엄마는 항상 내편이시니까.
                  만원에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삭제

                  • Jesse_h(branewd) 2019-02-11 18:04:33

                    글을 읽는 저까지도 마음이 찡하네요. 구겨진 만원에 담긴 어머니의 사랑이 깊이 느껴집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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