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이란 소정의 교과 과정 등을 모두 끝마쳤다는 뜻이다. 동시에 보다 높은 곳으로의 도약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치원이 됐든 대학교가 됐든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졸업에 대해 졸업생에게 축하를 건네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여러 통과의례 가운데 또 하나의 절차를 잘 마무리지음과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축복해주자는 의미다. 졸업식장의 모습은 그래서 사람들로 늘 북적거린다. 특히 대학교 졸업식은 다른 단계의 것보다 더욱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 등의 진로를 택하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 대학 졸업식의 풍경이 예전 같지가 않다. 취업난으로 인해 부모나 친구를 볼 면목이 없게 되자 아예 졸업식 참석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심지어 졸업장을 받기 위해 학교에 가긴 해도 졸업식장에 들어가기는커녕 졸업 가운도 빌리지 않고 택배로 졸업장을 보내달라는 사례가 심심찮게 빚어지곤 한다. 수 년 전부터 졸업생 3분의 1가량에게 택배로 졸업장을 보내고 있다는 한 사립대학교의 사정을 듣고 있자면 못내 씁쓸해지지 않을 수 없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어느덧 졸업식장의 전통적인 풍경마저 변모시키고 있는 것이다.

축복받을 주체가 참석하지 않으니 꽃이 팔리지 않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연중 가장 큰 대목 가운데 하나를 맞이하는 화훼 상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악순환인 셈이다. 취업 등의 여부와 관계없이 소정의 과정을 마친 노고에 대해 마땅히 축하를 받아야 하고 또한 이를 건네야 하거늘, 작금의 청년취업난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있을 법한 한 움큼의 여유마저도 남김없이 앗아가 버리고, 우리의 삶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통과의례마저도 온전히 누리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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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년층의 실업률은 9.5%였다. 2015년 9.1%에서 줄곧 상승하다가 2017년 9.8%로 정점을 찍은 뒤 그나마 다소 개선된 수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결코 웃을 일은 아니다. 지난해 4년제 대학을 졸업했으나 직장을 구하지 못한 실업자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실업자는 33만 6000명으로 전년 대비 2000명(0.5%) 증가했다. 이는 2000년 교육별 실업자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전문대학 졸업자까지 통계에 포함시킬 경우 고학력 실업자는 고졸 실업자 수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지난해 전문대학 졸업자를 포함한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49만 4000명을 기록, 고졸 실업자 수 44만 4000명보다 5만 명 많은 규모였다. 끝 모르고 이어지고 있는 경기 불황이 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청년들의 고통은 점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및 경제의 구조적인 여건은 현실적으로 이를 감내할 만한 여력이 많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전통적인 대학 졸업식장의 풍경마저 완전히 뒤바꿔놓고 있듯이 앞으로 이와는 또 다른 영역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하여금 미처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감내하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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