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아직 가본적이 없고, 일본은 1박 2일로 아주 잠깐 동안 다녀온 적은 있지만 긴 시간은 아닌지라 현지 문화와 관련지어 비교하는 건 어렵겠군요. 다만 저의 경우는 좀 특이하게도 국제 박람회를 여러 번 다니면서 중국인과 일본인 꽤 많이 만나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기억이 남는 경험이 바로 2017년, 생애 첫 직장으로 무역업에 발을 들이고 영업겸 시장조사를 위해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개최된 "국제 광융합 엑스포(LED & OLED Expo 2017)"를 방문했을 때입니다. 

국제 광융합 엑스포는 말만 거창하지 사실 LED 장비, 전광판, 실내조명, 발전기 등 빛나는 장비는 국적과 종류를 불문하고 볼 수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매년 열리는 전시회이지만 2017년도는 상당히 대규모로 개최된 덕분에 필립스, 오스람, 현대통신, 종로조명 등 내로라하는 업체들 외에도, 중국업체와 일본업체도 여럿 참가했습니다. 

먼저 중국업체의 경우 여러 업체가 하나의 컨소시엄을 이룬 형태, 즉 여러 업체들이 공동참가한 형식이라 신입사원에서 과장급까지 담당 직원들이 여러명 모여 있어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도 꽤나 시끌벅적하고 붐볐습니다. 재미있었던 점은 전시장에 도착했을 때 점심시간이 겹쳐 일부 중국업체 직원들은 점심식사 중이었죠. 식사 중이라 방해될까봐 업체들이 준비한 카달로그나 가져가서 읽어보려는데 직원들이 밥먹다말고 달려나와서 열심히 업체의 제품에 대해 설명해주더군요. 당연히 제가 중국어를 모르므로 영어로 대화했는데 나름 유쾌한 대화였습니다. 

이 때 중국업체에 대한 인상은, 약간 과장을 보태자면 한 손으로 컵라면을 마시면서도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필 업체를 구경하는 시간이 점심시간과 겹쳐서 죄송했지만 그럼에도 싫은 내색 없이 바로 달려와 손님을 맞는 중국업체 직원들의 모습은 열정적이다 못해 유쾌함 또한 느껴졌습니다. 특히 국적이 서로 다르고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서로 동네형이나 친구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게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루어진 것도 기억에 남는군요.

그렇게 열정적이고 유쾌한 중국업체들을 지나서 이번에는 일본업체들을 방문했습니다.  

일본업체의 경우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이 맨앞글자가 S자로 시작하는, 국제적으로도 꽤나 알아주는 대기업이었습니다. 대기업이라 직원이 많을 줄 알았는데 차장급 남자직원 하나와 부장급 여자직원 하나로 딱 2명 있더군요. 차장급 남자직원분이 송구스러울 정도로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냈습니다. 

역시 일본어를 모르므로 영어로 대화를 했는데 그 차장급 직원분은 딱봐도 신입사원 직급인 저에게 엄숙하고 절제된 표정으로, 하지만 정말 친절한 말투로 회사와 제품에 대해 설명해주시더군요. 어느 정도냐면 표정은 엄숙했지만 친절한 말투에서는 편안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인가 일본업체분과는 거의 30분을 떠들었죠. 그리고 이날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 즉 '모든 일본인은 우리나라 사람을 무시하고 하대할 것이다'는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배운대로 일제강점기 때의 만행을 잊어서는 안되지만 일본 사람 개개인으로 봤을 때는 분명 좋은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과 일본은 가깝다면 하루생활권이라 할만큼 가깝고, 멀다면 심리적으로든 지리적으로든 멀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리적, 정치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 생타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판단하면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편견과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중국인에게는 열정과 유쾌함이, 일본인에게는 엄숙함과 친절함이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누구라도 함부로 사람을 판단할 자격은 없다는 점이죠. 어느 이상한 놈, 이른바 정치라는 놈이 사람들에게 색안경을 씌우고 편견과 대립을 조장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무아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