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나는 중국의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잠깐 일본의 경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본의 버블 경제가 깨지면서 출몰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대해서. 이번 편에서 그 부분을 보다 자세히 다루어 볼까 한다.

   주기학자 해리 덴트는 말한다. 모든 버블은 꺼질 수밖에 없다고. 역사상 모든 거품은 화려한 전성기를 뒤로하고 투둑투둑 터져 나갔다.

   일본의 버블 경제는 1990년 초반부터 무너졌으며, 그 무렵부터 일본은 장기 불황에 빠졌다. 약 50년 간 끝을 모르고 오르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고(이는 10년 만에 절반 가격이 되었다), 자산 시장도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왜 일본 경제에 버블이 끼고 말았을까.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은 무서운 속도로 재도약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 전쟁의 덕도 톡톡히 보았다. 군수품 공급으로 쏠쏠한 이득을 본 것이다. 베트남 전쟁 발발 시에도 일본은 커다란 수익을 냈다. 

   2차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일본의 경제를 결정적으로 우뚝 세운 1등 공신은 자동차 산업과 전자 제품 산업이었다. 하여 1980년대 일본의 GDP는 서구 열강 국가들의 GDP와 맞먹거나 그 일부를 뛰어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일본이 호황을 누리던 1980년대 당시, 세계는 오일 쇼크를 겪고 있었다. 이 때문에 세계 물가가 크게 올랐고, 미국은 이를 우려하여 기준 금리를 올렸다. 그 결과 미국의 물가는 안정되었으나,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달러의 가치가 높아져, 미국에서 수출하는 제품들의 가격들이 덩달아 올라가 버렸다. 미국의 수출 경쟁력이 낮아지고 말았다.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 일본이다. 일본의 무역 흑자가 나날이 높아졌다. 설 자리를 잃은 미국 제조업 시장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만 갔다. 

   하여 미국이 일본과 독일(독일도 무역 흑자가 상당히 많았다)에게 협상을 제의한다. 이것이 플라자 합의다. 이 협상 끝에, 일본과 독일의 엔화, 마르크화 가치가 올라가게 된다. 

   여기서 일본은 경제 운영 방향을 변경한다.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니 내수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국 기업들을 부양시키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플라자 합의로 인한 타격을 크게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국에 돈을 너무 많이 푼 나머지, 버블이 생기기 시작했다. 국내에 차고 넘치는 돈들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리면서 자산 시장이 과열된 것이다. 무분별한 대출과 투기 현상이 일어나면서, 일본 경제에 엄청난 버블이 생겨 버렸다. 이 버블 현상은 일본 측에서 금리를 인상하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마침내 1990년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뜨거웠던 자산 시장이 식어 가기 시작했다. 경제 성장률은 곤두박질치고, 실업률은 급상승했다. 소비가 위축되자 상품 가격이 떨어지다 못해 디플레이션이 시작되었다. 상품 가격 절하를 위해 생산 공장을 인건비가 싼 나라로 옮기다 보니, 국내의 실업률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자살률이 치솟고 불황은 끝없이 지속되었다. 이것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다.

   현재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버블 위에서 살고 있다. 다시 주기학자 해리 덴트의 말을 빌리자면, 해리 덴트는 올해인 2019년부터 자산 시장의 거대한 붕괴가 있을 거라고 경고한다. 그 붕괴의 규모는 세계적일 것이고, 인류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수준일 것이라고 한다.

   해리 덴트 이외에도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버블의 붕괴를 염려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1997년 IMF 구제 금융 사태를 경험하며 한 차례의 경제 붕괴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우리 나라는 OECD에 가입하고 지속적인 무역 흑자를 자랑하는 등 '경제 우등생'의 반열에 올랐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국민들은 하루 아침에 거대한 경제 위기 쓰나미를 맨몸으로 맞았고, 그 여파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만약 다시 경제 위기가 밀려오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누군가는 국가가 개인들의 위기 관리를 절대 해 주지 않을 거라 생각해 개인 차원의 헷지(금전적 손실을 위한 대비책)를 마련하고, 누군가는 "모든 게 잘 되고 있다."는 국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누군가는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단한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세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계속 눈길을 두어야 할 부분이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