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혼이 아닌 ‘비혼’이라며 힘주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결혼 절차도 점차 간소화되어가고 있다. 기성세대의 경우 결혼식을 과시의 수단으로 삼아온 경향이 없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실리와 합리성을 추구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러한 현상이 영 거추장스럽게 다가온다. 덕분에 그와 얽힌 전통 문화도 같이 사라져간다.

전통 혼례 음식 ‘이바지’는 예전에는 혼례를 치르고 난 후 신랑과 신부를 맞이하는 양가에서 큰상을 차리고 이를 사돈댁에 보내는 풍습이었으나 근래에는 혼례 음식의 형태로 변모됐다. 그렇다면 이바지에 깃들어 있는 가치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무얼까?

정성이다. 이바지 음식에는 이를 정성껏 만들어 보내는 이의 마음씀씀이가 담겨 있다. 실제로 음식 조리 과정은 흡사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명품을 빚듯이 만드는 이의 열과 성이 조리 과정 속에 모두 녹아들어 있다. 식재료의 구입 과정도 만만찮다. 여느 음식보다 더 많은 신경을 기울이며 최고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말린 문어를 오로지 칼 하나로 조각을 내어 닭과 봉황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예술이 따로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곶감은 몇 차례의 손길이 닿자 이내 아름다운 꽃으로 변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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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통 혼례 음식이라고 하여 굳이 전통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퓨전’이라 칭해도 될 정도의 창의력이 더해진 음식을 보고 있노라면 입이 절로 떡 벌어지게 된다. 음식을 만드는 이와 이를 받아드는 이는 어느덧 정성이라는 매개로 서로의 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가정과 가정의 결합, 그리고 더 큰 가족의 탄생은 아마도 이러한 정성이 빚어낸 놀라운 피조물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 이 전통마저도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그 흔적과 징후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100년의 전통을 간직한 채 여전히 서울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는 광장시장에는 폐백골목이라고 하여 이바지 음식을 준비하는 점포들이 원래 즐비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기 있는 간식거리에 그 자리를 내어주면서 구석진 곳으로 밀려나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전통 혼례 음식을 준비하는 데는 비용이 만만찮게 소요된다. 좋은 식재료가 사용되고 있고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이니 왜 아닐까 싶다. 그러나 여기에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이벤트까지 더해지면서 몸값을 조금 더 부풀리고 있다는 점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혹자는 허례허식의 대표적인 구습이기에 당장 없어져야 한다고 핏대를 세우곤 한다.

하지만 결혼은 일종의 계약이다. 아울러 이바지 음식을 건네며 주고받는 건 각기 다른 집안끼리 인연을 맺고 입맛을 나누는 풍습이다. 밥상을 차리는데 들이는 정성은 어느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소중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 비록 결혼이라는 제도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변모하는 현실이고, 간소화 추세 역시 눈앞에 닥친 일임이 분명하지만, 어쨌든 우리만의 소중한 가치가 담긴 전통은 어떤 방식으로든 살려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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