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뱅크스는 얼마 전 아내와 사별했다. 아이들 셋을 건사해야 하는 그의 집안은 엄마의 손길 부족 탓에 늘 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싱크대 배관이 터져 일순간 주변은 엉망이 돼버리기 일쑤였고, 설상가상으로 주택은 은행으로부터 압류 통지까지 받게 된다. 마이클과 그의 누나 제인은 이런 상황에서 도무지 손을 쓸 재간이 없었다.

이때 메리 포핀스가 등장한다. 마이클 뱅크스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우산이 아닌 연을 타고 나타난다. 그녀의 깜짝 등장으로 평범했던 그들의 일상은 마법처럼 변모하기 시작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30년대는 영국의 대공황기였다. 당시 경제 상황은 런던의 잔뜩 찌푸린 하늘을 고스란히 빼닮은 것이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마이클은 집마저 경매로 넘겨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특히 엄마와의 행복한 추억이 담긴 집에서 쫓겨나는 일은 아이들에겐 더없이 끔찍한 일이었다. 마이클과 제인은 그들의 아버지가 남긴 유가증권이 작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임을 깨닫고 이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1964년 원작 ‘메리 포핀스‘는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결합된 첫 특수효과 영화로 자리매김돼 왔다. 이후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탄생하기까지 5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적지 않은 시간이다. 그만큼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당시 작품에 비해 훨씬 업그레이드됐다. 하지만 원작이 담겨있는 결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월트디즈니코리아

도자기의 세계로 뛰어든 메리 포핀스와 아이들은 그 안에서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된다. 물론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3D인 실사와 2D인 애니메이션을 너무나도 정교하게 버무려놓은 덕분이다. 고장 난 마차의 바퀴를 들고 수리하는 장면과 마차에 올라탄 뒤 벌어지는 장면 등은 예술이었다. 실사와 2D 애니메이션이라는 차원이 다른 영상을 이질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결합시킴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전작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놀라운 경험을 맛보게 해준 것이다.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 앞에 떡하니 나타난 50명의 점등원들이 메리 포핀스의 조력자 잭과 함께 펼치는 멋진 군무는 오로지 뮤지컬 장르의 영화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리라. 눈과 귀가 절로 즐거워진다. 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시계탑을 향해 달리거나 사다리를 이용하여 펼쳐 보이는 퍼포먼스는 이 작품의 절정 부분이다.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겉모습은 더없이 도도하지만 내면은 어느 누구보다 다정다감한 메리 포핀스를 연기한 에밀리 블런트의 호연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깜짝 출연한 유명 배우들의 면면도 흥미롭다. 톱시 역으로 등장한 메릴 스트립과 악덕 은행장 역으로 분한 콜린 퍼스가 바로 그러하다. 이들은 비록 잠깐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지만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영화 ‘시카고’의 롭 마샬 감독과 영화 ‘라라랜드’의 제작진이 공동으로 제작한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원작을 바탕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재탄생한 작품이다. 덕분에 훨씬 화려해지고 강력한 비주얼로 무장, 여기에 감성적인 이야기와 음악까지 더해졌다. 메리 포핀스만의 매력적인 캐릭터는 물론이며, 실사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차원을 넘나드는 리얼한 마법의 세계는 관객에게 황홀한 경험을 선사해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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