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 찻집 달벽에 붙어 있는 속말

“미라야, 평생 내 것 하자”

벚꽃 피는 날 압록 꽃길 강 쪽으로 앉아

그냥 꽃잎 한 장씩 떼어내서

그 깊은 물풍금 소리에 소원 적어 우리 보내자

첫눈이 모란장 길에 깔리는 날이면

절간 기왓장에 소소한 일상 몇 줄 적어 붙이고

밋밋해서 부식되어버린 기억까지 같이 하자

사랑한다는 것은

가문 땅에 빗물이 스며드는 것

싱싱한 봄똥이 한겨울 땅바닥을 꼭 껴안고 사는 것

서슬 돋은 한기(寒氣)가

염전 밭 소금꽃처럼 허옇게 깔려 있다 해도

우리는 손 놓지 말자

더듬더듬 글자를 (반쯤 타작하고) 읽을 줄 아는

울 엄니가 그러더라

이래저래 다디단 것만 보지 말고

맘씨에 짠한 눈물 같은 것이 모여 있으면 꼭 붙잡어라

젊었은 께 몸만 성하면 살지 않것냐 그러더라

미라야

분진이 넘쳐 나는 도회지보다야

천여 평도 안 되지만 풍광 좋은 시골에서

탈 없이 논 밭뙈기 벌어 가며

생긴 대로 새끼 낳고 늘 처음처럼 우리 같이 살자

바라보기(qkfkqh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