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미래는 또래 친구가 일절 없었다. 학교생활은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교묘한 괴롭힘부터 아예 대놓고 가해지는 가혹행위까지, 그녀를 둘러싼 학교 울타리 환경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감싸 안고 보듬어줄 최후의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정 역시 늘 술에 절어 폭력을 일삼는 아빠와 맞벌이에 치여 미처 주변을 돌보지 못하는 바쁜 엄마로 인해 되레 불안한 곳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런 환경에서 미래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곳은 온라인 공간이었다. 적어도 게임 속 가상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때만큼은 어떠한 고통이나 따돌림도 없었으며, 되레 한 사람의 인격체이자 주체로서 온전하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이 미래를 매혹시켰다.

네이버에서 사랑을 듬뿍 받았던 동명 웹툰이 이 작품의 원작이다.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가정에서는 무관심과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던 여중생 장미래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 나가면서 한층 성숙해진다는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 '여중생A' 속 주인공 미래는 왕따에, 가정 폭력이라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으면서도 그녀를 보듬어줄 만한 어른이 없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영화는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안타깝게도 미래의 부모님과 교사는 어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주변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래와 같은 반 친구인 백합의 아빠는 백합의 꿈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희망사항을 자녀에게 투영시키는 등 전형적인 오늘날의 부모상을 보여준다.

미래를 향한 아빠의 언어 및 주취 폭력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태였다. 담임교사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보다는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혀 기존에 형성돼 있던 질서가 깨질까봐 전전긍긍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난에 유독 관심을 갖고 이에 몰두하는 장면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가정환경이 미래보다 월등히 좋은데다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로부터 인기가 많아 학급 회장을 도맡아 하는 백합과 미래의 소설 공모전을 놓고 벌이는 표절 갈등에서 드러난 교사의 부적절한 행동은 가뜩이나 힘겨워하던 미래를 보듬어주기는커녕 되레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다. 미래가 처한 현실, 미래의 다급한 현안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아빠는 그저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하는 게 그녀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더구나 미래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던 게임 서비스마저 종료되고 만다. 그녀는 미증유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왜 아닐까 싶다. 다행히 함께 게임에 참여하던 길드원들 가운데 화니는 미래와 연이 계속 닿으면서 그녀의 어려움을 헤치고 나가는데 특급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미래는 그맘때 또래 아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감수성이 매우 풍부한 소녀였다. 다만 내향적이고 소심한 성격 탓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낯설어 하고 힘들어 하던 터였다. 짐작컨대 미래의 이러한 성격이 약한 고리로 작용, 또래들로부터 집요한 괴롭힘으로 이어지도록 했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미래는 적어도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 속 등장인물만큼은 어느 누구도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따뜻한 심성을 지닌 소녀였다.

그나마 어렵게 맺어진 친구들과 의도치 않은 사건으로 인해 사이가 틀어지거나 간극이 다시 벌어지게 되고, 교사는 진실을 추구하기보다 오직 당장의 곤란한 처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회유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다. 그녀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여전히 관심조차 없다. 더구나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 역할을 하던 게임 서비스마저 중단되고 말았다. 미래는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고 만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 주변에 슬퍼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처럼 끔찍한 일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는 미래가 당장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이다. 궁지로 내몰린 처지에서 자신을 보듬어주는 이 하나 없다는 건 아직 중학생에 불과한 이 가녀린 소녀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이 소녀를 이런 혹독한 처지로 자꾸만 내몰고 있는 것일까?

어른들이었다. 무관심 속에서 아픔을 겪으며 남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이 지금도 곳곳에 방치되어 있다. 미래가 담임교사로부터 애지중지하던 난을 빼앗아 든 채 질주하던 모습은 어른들 세계를 감싸고 있는 그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부조리한 모순을 깨려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또 다른 A들의 안쓰러운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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