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때쯤 아는 동생의 소개로 소개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소개팅은 한두 번 밖에 안해봤을 때였던 것 같네요.

그때 막 면허를 따고 아버지 차를 슬슬 몰고 다니던 때라

아버지 차를 가지고 소개팅에 나가기로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차키를 주시며 기름 넣고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유소에 들러서 기름을 넣으려고 하는데 주유원이 뒤로 더 오라는 겁니다.

그래서 뒤를 안보고 주유원 손짓만 보고 후진을 했는데... "쿵"

뒤에서 주유하던 차와 부딪힌 겁니다.

정말 살짝 박았는데 초보운전에 처음 낸 접촉사고라 무척 당황스럽더군요.

상대방이 15만원인가 20만원을 보상하라고 해서 아버지께 전화드렸더니

그냥 그렇게 처리하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제 생에 첫 접촉사고를 내고 소개팅 장소인 부천으로 향했습니다.

여자분을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시간이 조금 흘렀는데 전화가 막 옵니다.

안 받았더니 계속 걸려오는 전화...

뭔가 일이 있어서인가 싶어서 살짝 받았더니

"저기 그 차가 주차하다 제 차를 긁었으니 나와보세요."

이러는 겁니다.

주차할 때 전혀 문제 없었거든요.

그래도 어쩝니까 소개팅녀와 영화를 보다 말고 내려갔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 차 운전석 문쪽에 스크래치를 가리키며

원래 없었는데 와보니 흠집이 났고 제 차가 옆에 주차되어 있으니

제가 긁은 것이라는 겁니다.

제가 바보도 아니고 긁어놓고 그 자리에 주차하고 갑니까?

누군가 긁고나서 도망갔을 수도 있지요.

이렇게 말해도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결국 경찰이 왔습니다.

경찰도 황당해하면서 상대방에게 그 차 스크래치가 났으면

이 차에 어느 부분이 닿은거냐 물었더니

제 차에 있는 흠집을 가리키는 겁니다.

경찰이 경찰봉으로 높이를 재더니

"높이가 이렇게 차이나요. 이거 아니에요."

다행히 경찰들이 정리를 해주어서 해결이 잘 되었습니다.

결국 영화는 다 못보고 소개팅도 거기서 쫑났지요.

초보운전이 무슨 겉멋만 들어 차를 가지고 나갔는지...

그리고 하필 소개팅날 하루에 두 건의 사고가 나는지....

최악의 소개팅날이었습니다.

인의예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