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요령 가운데 이른바 ‘초두효과를 노려라’ 라는 표현이 있다. 중요한 내용을 맨 앞으로 옮겨놓거나 인용문 및 사례 등을 글의 앞에 제시하는 이른바 두괄식 구성을 활용하라는 의미다. 첫 문장이나 문단부터 호기심을 유발하는 강렬한 내용이 포함되다 보면 아무래도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데는 탁월한 효험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어떤 조직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사람을 뽑는 최종 관문인 면접이야말로 이 초두효과를 무시할 수가 없다. 심지어 이 효과를 빼버린다면 면접이라는 게 그다지 합리적인 절차로 다가오지 않기 십상이다. 사실 한 사람의 됨됨이란 겉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요소인 데다 단 한 차례의 접촉만으로 이를 헤아린다는 건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면접은 정말 부질없는 행위로 다가온다.

제아무리 서류로 걸러냈다 한들 도대체 사람을 단 한 차례 접촉하는 것만으로 추려낸다는 게 과연 온당한가. 더구나 일부 기업은 관상가를 아예 면접관으로 앉혀놓는 등의 사례도 들은 바 있다. 자신의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을 뽑는데, 관상이라는 지극히 비과학적인 요소로 채용하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노릇 아닌가.

어쨌거나 수많은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람을 채용할 때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가며 이 면접이라는 통과의례를 치르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어떻게 생각해보면 취업 컨설팅 등 관련 산업의 배만 불리게 할 뿐 결과적으로는 취업준비생들만 괴롭히는 꼴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을 채용하는데 있어 이 면접 절차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인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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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서도 언급했던 초두효과가 바로 이 면접이라는 절차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초두효과란 심리학 용어로, 여러 개의 단어 혹은 정보가 제시되었을 때 처음 제시된 단어 또는 정보를 가장 잘 기억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즉, 먼저 제시된 정보가 추후 알게 된 정보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첫인상은 3초면 결정되지만, 부정적인 결과를 뒤집는 데는 무려 200배의 정보량이 필요하다는 한 연구결과가 알려져 있을 만큼 이 초두효과는 막강하다. 결국 면접은 첫인상과 같다. 첫인상은 말 그대로 그 사람을 처음 볼 때 느껴지는 이미지이다. 사람은 0.3초라는 짧은 시간만으로도 호감이나 비호감으로 첫인상을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이에 민감하단다. 그러니까 단 3초 정도면 이미 그 사람의 첫인상은 어떤 방향으로든 결정 짓게 되는 셈이다.

특히 조직생활에서의 첫인상은 더욱 중요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2012년 남녀직장인 822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에서 첫인상 결정 요인'이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 직장인의 경우 상대방의 첫인상이 '향후 관계에서도 계속 유지되는 편'이라는 응답이 62.7%나 됐다. 물론 여성 직장인의 경우는 조금 달랐기에 이를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일이지만,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입증된 셈이다.

자, 그렇다면 면접관의 입장이 되기보다 주로 면접관 앞에서 질문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우리에게 있어 면접이란 어떤 의미이며, 면접에 임할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답은 벌써부터 정해졌다고 판단된다. 다만, 이에는 일정한 조건이 요구된다. 면접에 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고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내정자가 정해지는 등의 불공정한 절차로 진행되는 면접이라면 초두효과고 뭐고 간에 취업준비생의 그 어떠한 노력도 모두 헛된 일로 만들어버릴 테니 말이다. 제발 어느 조직에서건 내정자 없는 공정하고 공평한 면접 기회가 제공되어 취업준비생들을 울리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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