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보다는 부동산 사업가로서 더 오랜 세월을 보낸 인물이다. 덕분에 명분이나 대의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고 파격적인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타고난 사업가에 가깝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그러한 그만의 기질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비록 회담은 결렬됐으나 실리는 두둑이 챙긴 그다.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에 도착한 뒤 정작 가장 중요한 회담은 결렬시키고 미국과 베트남 사이의 통상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베트남에 항공기 110대를 판매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를 액수로 환산하면 무려 23조 원에 달하는 성과다. 사업가로서 특유의 면모를 과시한 셈이다. 

그의 사업가적 기질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의 종료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훈련의 종료와 관련하여 한미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라고 발표했다. 

그러니까 이를 해석해보면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의 종료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장으로부터 이탈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 우리나라와 미국이 결단한 일종의 상응 조치의 성격이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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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훈련 종료의 진짜 배경에는 트럼프의 돈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군사 연습에 엄청난 비용이 든다”며 운을 뗀 뒤 “한국도 비용을 부담하지만 극히 일부분에 해당한다”면서 진작부터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북한의 비핵화라기보다는 오로지 돈의 관점에서만 판단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결국 키리졸브 연습, 독수리 훈련의 종료가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당근책이기는 해도, 이를 종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에는 트럼프만의 돈과 관련한 셈법이 깔려있음을 무시할 수 없음을 의미다. 

트럼프는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사업가다운 그만의 독특한 기질을 발휘했음이 틀림없다. 이번 협상이 결렬된 데엔 북한과 미국 서로의 입장차와 비핵화에 대한 해석의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지만, 어쩌면 트럼프만의 사업가적 협상 스타일이 적어도 김정은 국방위원장에게는 잘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돈과 관련한 계산만큼은 천재적인 트럼프이기에 그만의 셈법에 의해 또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이번 협상 타결이 이익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판단, 합의 자체를 아예 일방적으로 거부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트럼프가 앞에서는 비록 협상을 결렬시키면서 정치적인 비난을 자초했을지는 몰라도 뒤에서는 베트남으로부터 한 몫 단단히 챙긴 셈이니 이번 회담이 결코 손해 본 장사가 아님은 분명하다. 손해는 또 다시 예측 불가능한 혼돈의 상황 속으로 빠져든 오로지 우리 한반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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