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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삼겹살.

오늘의 미션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월급을 한 달을 못 받고

경비처리 한 것 조차 정산 되지 못해

서울 와서 가장 힘든 그 때가 생각납니다.

10개월을 다녔던 그 곳은..

어느 순간 부터 경영이 어려워 월급 정산을

2주씩 늦게 줍니다.

없는 돈 긁어가면서 2주 겨우 견뎌냅니다.

그런 생활을 몇 달을 이어가니..

자존감은 떨어지고 서울생활에 염증이 올라옵니다.

새벽마다 잠을 이루지 못해 밤바람 맞아가며

휘향찬란한 강남 한복판을 배회하다 지쳐잤던 날들.

2주가 어느 넛 한 달을 넘어가더니..결국 제가 선결재 했던

회사 경비마저도 지급해주지 않았습니다.

 

퇴사를 말씀 드리고 다시 편의점으로 복귀합니다.

퇴사한지 2주가 될 때쯤 이사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제가 쉬는 날을 맞춰 사당역으로 오라고 하시네요.

밝은 목소리로 '삼겹살'을 사주신다고 합니다.

약 2달간 힘든 생활이었지만

저축했다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간만에 포식할 생각에 어두웠던 마음의 빚들이

빛으로 돌아옵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생각하며

부단하게 노력하며 지냈던 10개월의 회사생활.

이사님과 나눈 이야기들.

와이프에게 맛난 밥 한끼 예쁜 옷 한 벌 사줄 생각하니

그깟 2달 뭘 그리 끙끙거리며 앓았나 싶네요.

삼겹살은 희망의 새 살로 받아들여지네요.

이사님을 만나는 날.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얼굴.

회사 근처의 식당에서 호기롭게 삽겹살 3인분을

주문하고

소주 한 잔 채워주십니다.

저도 소주 한 잔 채워드립니다.

도란도란 이야기 꽃이 피어납니다.

이야기가 물이 익으니 웃음꽃도 피어납니다.

소주 한 병 소주 두병 소주 세병이 되어가며

서로의 속내를 이야기 합니다.

"고생 많지?"

미안함이 묻어나는 말 한 마디.

애써 태연한척

"아닙니다.회사는 어때요?"

 

50을 넘어 60이 되어가는 한 남자가

눈물을 떨굽니다.

"미안하다..미안해.."

방금전에 화기애애 했던 분위기는

삼겹살의 연기와 함께 타들어갑니다.

긴 이야기를 시작하십니다.

회사 분위기는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이사님 또한 정산 받지 못해 힘들어하십니다.

경제적 곤궁으로 인해 가정불화도 꺼내십니다.

회사 소속이 아니라 이사님 소속하에 월급을

받았던 것이었습니다.

한 때 기타 치고 노래 좋아했던 젊었을 청년이었던

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수줍던 아가씨 시절의 사모님 이야기와

두 아이의 아빠로서의 기쁨.

좋았던 시절의 이야기들.

지글 거리며 익고 있는 불판 위의 삼겹살들은

다 사라지고 타서 과자보다 버석거리고 있는

삼겹살 한 점을 주워 먹어봅니다.

오기 전 부풀었던 월급의 꿈이 바삭거리며

부스러지며 사라집니다.

그가 울듯이 저도 울고 싶어집니다.

내 인생 가장 맛 없던 삼겹살.

분홍빛 살 덩어리들은

결국은 회색빛으로 돌아옵니다.

이사님은 만취하셨고 삼겹살 값은  제가 냅니다.

지인 분 불러다 곱게 모셔다 드렸습니다.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신논현역까지

우울감에 어릿하게 보이는 달과 희미해진 별빛을

품고서 1평 고시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월급은 인천으로 와서 한 참 뒤에 다 받았습니다.

많지 않는 돈이었겠지만

한번에 받지 못하고 석달 나눠 다 돌려 받았습니다.

나중에는 공돈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인생 장미빛을 품고서 먹은 밥과

인생 흙빛을 지고서 먹었던 밥은

최고와 최악의 맛으로 기억됩니다.

최고와 최악은 어찌보면 항상 따라다니는

세트일 수도 있다고 생각듭니다.

#오늘의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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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ueimagine(trueimagine) 2019-03-13 18:08:01

    눈물의 삼겹살이군요 월급을 주지 못했던 이사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였던 것 같네요. 가슴이 뭉클합니다.   삭제

    • 윌비리치(lswlight) 2019-03-13 09:17:12

      서울생활이 정말 힘든거같아요 지방에서사는게 나쁘지않은데 기회라는 이름하에 너무많은 인력이 낭비되고 희생되가는거같네요   삭제

      • 자유투자자(tmdwoqn) 2019-03-13 00:30:04

        참, 그렇네요.
        누군 정말 어려운 시기이고,
        겨우 살아가는데,
        누군 사회적 문제나 일으키고 말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그렇습니다...   삭제

        • 투럽맘(twolovemom) 2019-03-12 23:38:45

          최고와 최악은 세트다..

          안정은 불안정을 만들고 불안정은 안정을 갈구하게 만든다..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생각보다 어른이 되니 삶이 녹록치않아요   삭제

          • Joogong(7paradiso) 2019-03-12 22:50:35

            대한민국 국민중 사회생활 하면서 곱고 평탄하게 월급받는 직원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대기업 연구원들도 할당량 영업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어서 냉장고 팔아와라, 휴대폰 사라 등등 .. 정말 비싸고 피말리는 삼겹살을 드셨네요. 후배보다 먼저 취해서 밥값도 못내는 선배라니... 제눈에는 매사 그런식이니 회사가 그모양이 된거라고 보여집니다. 자기관리가 안되는 이사분이시네요. 좋은 경험 하셨어요. 큰 재산이 되어줄 추억이 되실 겁니다. 추천 후원하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삭제

            • 짐(musicbob88) 2019-03-12 22:34:23

              사는 게 힘드네요.
              글을 주우욱 읽다가 삼겹살 값을... 음
              안타깝네요.

              잘 읽었습니다.   삭제

              • () 2019-03-12 20:25:48

                눈물젖은 삼겹살에 소주한잔 걸치지 않고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우리 메이비님 할말하며 살 일만 남았네요.
                추억의 삼겹살로 명명할끼 합니다.
                잘봤습니다.
                추천합니다   삭제

                • zldzk34(zldzk34) 2019-03-12 19:54:51

                  실제 일인가요?...드라마같은 대본처럼 쓰여져서 놀랐습니다. 정말 눈물없이 먹을 수 없는 삼겹살이셨겠네요...그 맛있는 삼겹살을 눈물로 젖어버리니...마음이 참...슬프네요   삭제

                  • 포도나무(jinscoin) 2019-03-12 18:09:56

                    필력이 상당하시네요.
                    몇달간 접속도 잘 안하고 눈팅만 하고 있었는데, 님글 보러 자주 올꺼 같습니다. ^^   삭제

                    • 규니베타(ai1love) 2019-03-12 17:50:06

                      직원들에게 월급날은 즐거운 날이지만 사장님에게는 겁나는 날이라고 하죠
                      급여를 맞춰주는게 정말 힘들고 걱정스러운게 ...
                      돈을 받는 입장과 돈을 주는 입장인가봅니다
                      저도 돈을 주는 입장은 되어보지못했지만...
                      그 쓴맛은 알듯합니다
                      (밀린 월급의 쓴맛도 알긴하지만...)   삭제

                      • 한주포토(arisong48) 2019-03-12 16:48:22

                        슬픈 이야기
                        눈물젖은 삼겹살이야기에
                        마음이짠합니다
                        음식도 분위기와 같이 먹는건데
                        아픈추억 이네요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3-12 16:31:07

                          선홍빛 고깃덩이가 회색빛 종이조각 같은 것으로 돌아온
                          슬프고도 힘든 이야기네요. 아후 정말 그 때는 힘들었겠습니다.
                          지금은 안주거리 삼아 글거리 삼아 화이팅하고 계신것 같아 좋네요.   삭제

                          • 소머즈(smzmr) 2019-03-12 16:15:29

                            인생의 쓴 맛과 단 맛이 다 그곳에 있었네요.
                            고생 끝에 낙이라고 지금은 메이벅스에 그런 글을 남기고 계시네요.   삭제

                            • 은비솔99(rose3719) 2019-03-12 15:40:01

                              좋은 경험 하셨네요..저도 오늘은 삼겹살을 먹고 싶어지네요..아이들과 오늘은 삼겹살먹으면서 미세먼지 몸속에서 내보내야 겠네요   삭제

                              • Tanker(icarusme) 2019-03-12 15:06:23

                                눈물의 삼겹살이네요. 저도 IMF를 관통한 사람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처자식이 없어 그나만 견뎠습니다.
                                어려운 역경 잘 이겨내셨으리라 믿습니다.
                                가족들과 삼격살 드시면 정말 맛있을 거에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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