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Life 일상생활(자유주제)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오늘의 오후 단상

 

   여기에 비행기 제작자 두 사람이 있다. 첫 번째 비행기 제작자는 최대한 멀리 나는 비행기를 제작하려고 한다. 조종사 1-2명만 태우고 최대한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는 비행기. 두 번째 비행기 제작자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는 비행기를 제작하고자 한다. 여객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재료와 시공 방식을 사용해 비행기를 만들 것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엔진 종류가 다를 수도 있고, 이들이 만드는 날개의 크기나 길이가 다를 수도 있다. 

   이 두 비행기 제작자는 서로에게 아무런 충고도 남기지 않는다. 자연히 비난도 하지 않는다. '상대와 나는 애초에 다른 목적으로 비행기를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저 엔진을 쓰지? 이걸 쓰는 게 더 좋을 텐데.', '왜 저 사람은 저 자재로 날개를 만들지? 이걸 쓰는 게 더 좋을 텐데.' 같은 관념이 그들에게는 없다. 자신의 충고가 상대의 목적 달성에 오히려 방해가 될 뿐임을 그들은 알고 있다. 본인 목적 달성에 관한 전문가는 언제나 그 사람 자신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그들은 숙지하고 있다. 

 

   실전 인생에서 상대의 선택에 대고 왈가왈부하지 않는 일은 대개 여러 차례의 연습과 시행착오를 요구한다. 상대의 선택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우리는 대개 그 선택을 우리 삶에 적용해 본다. 그러면서 '나에게 별로 안 좋은 선택은 상대에게도 안 좋을 거야.'라고 섣불리 판단해 버리게 된다. 거기서 잔소리가 시작된다. 무의미한.

 

 

   상대방과 나 사이의 다름을 존중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고려하는 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를 보다 원활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우리가 다르니까 이 다름을 인정해야지.'라고 마음먹는 것보다는 '내가 내 인생에서 이루려고 하는 것과 저 사람이 저 사람 인생에서 이루려고 하는 건 다르니까, 저 사람이 자기 목표를 위해 선택하는 모든 방식에는 그 나름의 일리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나를 편안하고 너그럽게 만든다. 괜한 친절을 베풀었다가 원망을 사는 일도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거절('아니, 이렇게 하면 훨씬 좋을 텐데, 왜 안 그러겠단 거야? 당최 이해를 할 수가 없네!')을 당한 후에 혼자 속앓이 할 일도 없다. 

 

   작년에 나는 여러 작물 농사를 지었고, 그 중 몇 가지 작물은 수확하지 못했다. 아예 싹이 안 트거나, 작물이 금세 죽어 버려서. 특정 작물에 맞는 토양 조건을 내가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 밭 땅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작물이 있고, 그렇지 못한 작물이 있었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아무 땅에서나 모든 작물이 다 잘 자라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거기에 대해 알고 나서, 나는 누군가에게 충고하는 일이 많은 순간 우스갯소리 같았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그 사람 밭에서 키우고 있는 작물에 도움 하나도 안 되는 흙을 그 사람 밭에 막 퍼 주는 꼴 아니었을까, 하고.

   누군가가 기르고 있는 작물에 내 밭 흙이 전혀, 전혀, 도움 안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기 위해 나는 '작물마다 다른 토양 조건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유념하고 있어야 한다. 그 점을 유념하고 있으면, 굳이 억지스럽게 스스로를 쪼아대지 않아도 남의 밭에 내 밭 흙을 함부로 퍼 주려 하지 않게 된다. 나와 상대 사이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일의 출발선을 나는 여기에 둔다. 

#에세이#산문#인생#마음#다름#인간관계
8
0
I love this posting (Send donation)
로그인

박다빈의 다른 포스트 보기
Comments 6개, 60자 이상 댓글에는 토큰 20개 (BUGS)를 드립니다.
20 tokens (BUGS) will be given to comments longer than 60 characters.
Show all comments
  • 자유투자자(tmdwoqn) 2019-03-13 00:24:29

    아주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틀린 것과 다른 것은 정말 다른 것이죠.
    어차피 사회과학이라는 것은 정답도 없고요.
    그런데, 그걸 착각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더라고요.   삭제

    • 인의예지신(ysihb22) 2019-03-12 23:21:21

      다음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요~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늘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그 이기심 때문이 아닐까요~   삭제

      • () 2019-03-12 20:18:33

        저도 사무실에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특히 요즘 남녀 문제로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죠.
        다름을 알고 다름을 인정하면 서로가 힘들게 없다고 말하곤 하지요.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삭제

        • zldzk34(zldzk34) 2019-03-12 19:56:09

          다름을 인정한다는건 어려운 일이지만, 한번만 더 생각한다면 참 쉬운일기도 한거 같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를 해보고, 목표를 맞춰 나간다면 그보다 큰 목표는 없을것입니다.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3-12 16:23:27

            TV에서 본 중학생 아이의 말이 생각나네요.
            잔소리는 싫지만 충고는 더 싫다고요..^^
            70년 농사를 지으신 저의 아버님도 농사짓는데는 아직도 배울게
            있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삭제

            • 은비솔99(rose3719) 2019-03-12 15:27:17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다음을 인정한다는것이 정말 어려운것 같네요.^^
              다름을 인정해야 받아들이는 것도 쉬울텐데   삭제

              icon인기 포스트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