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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급 식성을 제압해버린 지못미 음식!
 

 

먹방급 식성을 제압해버린 지못미 음식!

 

  • 맛없는 음식 하면.. 망설일 필요도 없이 떠오르는 음식이 있으니,
  • 아마 무의식 중에라도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 횡설수설 그때의 음식들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  
  • 20대 풋풋하던 시절 혼자 집을 떠나 나만의 독립된 생활을 해보겠다고 
  • 한창 물이 올라있을 무렵이었다. 
  •  
  • 셋방을 내준 노부부는 젊은 날 개고생(할머니 표현에 따르면)을 해서 
  • 무허가 집 한 채를 건졌다고 하셨다. 
  • 그시절에 개고생 안해본 젊은이가 몇이나 될까마는 아무튼
  • 할머니는 틈만 나면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 그도 그럴 것이 시시때때로 도전(계량기를 조작하여 몰래 전기를 사용하는 일)까지
  • 일삼으며 정말 개처럼 열심히 살림을 늘리시곤 하셨다.
  •  
  • 또한 할머니의 재산증식 방법은 가히 혀를 내두를 
  • 만큼의 집중력을 발휘하셨는데
  • 수돗물, 전기 등등을 아껴 쓰라며 주구장창 잔소리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 시도 때도 없이 방문을 열어 가전 제품 사용 유무를 확인하셨고
  • 밤낮 안가리고 부엌을 기웃거리며 우회적으로 수돗물 점검 등을 하셨다.
  •  
  •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방에서 난데없는
  • 밥 국그릇 나뒹구는 소리와 수젓가락이 요란하게 부딪치는 
  • 소리가 마구 뒤섞이면서 급기야 상다리까지 와자작 
  • 부러지는 소리까지...들려왔다.
  •  
  • 이어 당시 도시락에 칼퇴근을 자랑하던 위풍당당 방위병 
  • 막내아들의 오열에 찬 외침이 울려퍼졌다.
  •  
  • " 내가 뭐 해달라는 거 있어? 친구자식들이 돌아가며 생일상 차려 
  • 지금껏 얻어먹기만 해서.. 진짜 미안한데.. 흑.. 돈은 없고.. 뭐 내가 상다리 뿌러지게 
  • 차려달라는 것도 아니고..흑.. 그냥 우리 먹는 음식에 미역국만 
  • 더 놔달라는데.. 그게 그렇게 죽을 죄야!! "
  •  
  • 그리고 방문이 부셔져라 여닫히는 소리와 함께 
  • 늘상 말수 없고 할머니 집안에서는 그래도 유일하게 사람 냄새를 풍기던 
  • 그 조용하고 차분하던 막내아들의 불효막심한 행패까지 
  • 기어이 구경하고야 말았다.
  •  
  •  
  •  
  •  
  • 그런 할머니의 단짝 할아버지가 내일 모레 칠순임을
  • 할머니는 다른 날과는 다르게 친절하고도 살뜰하게 귀띔해주셨다.
  •  
  • 칠순 당일 과일가게를 들러 가장 비싸고 큰 수박을 주문해서
  • 할아버지의 칠순을 축하해드리는 것보다는 할머니의 환심을 사야 했다.
  • 예상대로 할머니는 아주 방긋방긋 좋아하셨고 
  • "뭣 하러 이렇게 비싼 걸 사왔느냐."며 맘에도 없는 겉치레 인사를 잊지 않으셨다.

*

  • 할머니 아들들답게 전국 방방곡곡으로 돈벌이를 떠났던 
  • 아들 며느리들이 방안 가득 차있어서 흠칫 놀랐다.
  • 여느집처럼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놓은 음식들까지는 영락없는 잔칫상이었다.
  • 양(量)적으로는....
  •  
  • 경제적인 할머니께 훈육된 탓일까...아들들은 몇끼를 굶은 
  • 사람들처럼 앞다퉈 음식들을 먹어치웠지만..
  • 나로서는, 먹기 좋은 떡이 맛도 있다는데...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걸
  • 결연한 의지로 당차게 물리치고 천천히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  
  • 하지만 속담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고 옛말도 하나 그른 것 없다던 
  • 어른들의 말씀은 결코 의심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  
  • '세상에 이렇게 못 먹을 만큼 맛이 없을 수도 있을까? 
  • 뭐야, 내 참을성이 이 정도면 안되는데...안돼..
  • 뱉지 말아야 돼.. 뱉으면 안돼.. 절대.. 그래도 할아버지 칠순 잔치잖아.. 
  • 아... 그때 때마침 김치가 눈에 들어왔다. 
  • 그래 김치에게 의존하자.. 
  • 우리 한민족에겐 너무나 일반화된 맛. 어느 집, 어느곳에서나 
  • 바로 김치가 존재한다는 건 그 얼마나 신박한 일인가...'
  •  
  •  
  •  
  •  
  • 흡사 흑기사 같은 김치를 집어 단숨에 입에 털어넣고 한숨을 돌릴 참이었다.
  • 그런데...웁─!! 
  •  
  • 이렇게 완벽하게 못먹을 음식 사건은 내 인생에 처음이었다.
  •  
  • 주변 사람들을 둘러봤다. 
  • 나만 그런가? 하는 눈초리였다.
  •  
  • 하하호호 하면서 연신 삽질하듯 음식을 비워내는 
  • 아들 며느리들은 진정 건설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힘찬 동작 바로 그것이었다. 
  • 혼란스러웠다.
  •  
  • 내 앞에 놓인, 여전히 수북한 밥그릇을 
  • 바라보자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올 뻔 한 걸 간신히 참았다.
  • 친구들 사이에선 그래도 음식 맛있게 잘 먹기로 
  • 유명한 나였지만 
  • 아무리 노력을 해도 번번히 한계에 맞닥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 예의는 아니지만 계속 밥만 먹을 수밖에 없었던 내게 
  • 할머니의 눈길이 반복해서 머물렀고, 
  • 이 궁리 저 궁리로 빠져나갈 묘안만 찾고 있던 내게.. 불행이라고 해야 되나 
  • 다행이라고 해야 되나.....
  •  
  • 몇 십년째 살고있다던 그 무허가 집이 몇 년만 더 살면 할머니 
  • 소유가 되니마니 얘기가 나오면서부터였다.
  • 그 집을 놓고 아들들이 서로 고성까지 오가며 격렬하게 싸움을 벌이기 시작하더니
  • 급기야 며느리들까지 가세를 하고...
  •  
  • 오 신이시여~!!
  • 기회는 요때다 환호를 지르며 벌떡 일어서고 싶은 것을
  • 간신히 억누르며,
  • 난처한 상황에선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동방예의지국 후예로서 
  • 당연한 매너가 아니겠는지요? 라는 눈짓을 
  • 차분하게 건네고는 
  • 유유히 숟가락을 놓고 빠져나왔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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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mfrhc(tnwus6) 2019-03-17 16:37:13

    돈에 집착하믄 음식맛이 없을거 같아여. 음식맛은 양념맛이라고 양념에 인색해 맛있을거 같지 않음ㅠㅠ 가족들은 어릴때부터 입맛이 길들여졌겠져ㅋ   삭제

    • wkdus(vkvk) 2019-03-16 09:40:31

      음식맛은 장맛이라는 말도 있는데 김치맛 안좋은 집은 다른 반찬 맛도 안좋다고.. 할머니의 삶과 그에 얽힌 가족사를 음식맛 전달과 함께 보는듯 그려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삭제

      • 바라보기(qkfkqhrl) 2019-03-15 10:57:59

        글을 끝까지 읽어보면서 가족사를 보는듯 해서 한편 짠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할머니의 몸에벤 습관이 만들어낸 아픔같은 맛은 아닐 른지...   삭제

        • 밈미(06250330) 2019-03-14 04:32:47

          항상 느끼는거지만 김치가 맛있는 곳은(식당이든 집밥이든) 반찬이나 찌개나 메인메뉴 뭘 먹어도 맛있거나 평타 이상은 되는 것 같은데 김치가 맛없으면 다른 것도 맛없더라구요. 물론 모든 곳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랬었네요 ㅎㅎ   삭제

          • gksmf(ehfrhfo) 2019-03-13 16:32:32

            상다리가 부러질만큼 양은 많은데 보기엔 그닥 맛있어 보이지 않아 결연한 의지로 선입견을 물리치고 드셨단 얘긴거 같은데..맞나요? 저 난독증 아닌거죠ㅎ 저도 비슷한 경험 있는데 저 경우와 정반대로 소문난 잔칫집엘 갔는데 먹을게 없었던ㅋㅋ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3-13 12:01:39

              그날의 음식은 먹기 좋게 생긴 음식 뿐만 아니라 마지막 믿었던
              김치 마저도 지못미 음식이 되어 버렸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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