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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을 빼고 보면 백두산은 이렇습니다...|

2018년 9월 20일 우리는 북한쪽 백두산을 볼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그날의 주인공은 백두산이 아니라 '평화와 통일'이었고, 카메라 기자들도 철저히 그 목적에 복무했다. 따라서 북한쪽 백두산이 어떠한지를 유심히 본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늘에사 2018년 백두산 정상의 모습. 그것도 2017년하고도 또 달라진 모습의 일단을 보게 된다. 기존에 백두산에 품고 있는 판타지하고는 달라도 한참이 다를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통일이 된다 하더라도 북한산에 걸어서 오를 산악인은 없을 걸로 본다. 그리고 환경운동가들도 다소 곤혹스럽게 될 것이다.

이 장면이 이날 백두산의 주인공이었다. 지금 유투브를 돌려보니 그날 참석자들이 한결같이 백두산 정상과 천지를 첫대면하는 감동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가급적 건조하게 '산'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것도 물리적 산이 아니라 백두산 정상에 있는 인공구조물을 말이다. 

지리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에 천왕봉 정상석이 다섯손가락 안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정상의 모습 특히 인공적인 구조물의 형태가 산을 기억하는 중요한 프레임의 하나이다. 따라서 남북의 정상이 서있는 곳의 바닥과 뒷 난간부터 살펴보자.

유투브와 구글에서 사진검색을 해보아도 이 이상 더 자세하게 보여주는 것이 없다. 남측의 기자들이 북측의 보도지침을 따른 느낌까지 든다. 뒤에 있는 돌기둥에 북한을 상징하는 별이 양쪽에 있는 걸 보면 이곳이 포토라인이 아닐까 생각되기 쉬운데 그게 아니다. 

우선 눈여겨볼 것은 이 화강암 난간이 너무 깨끗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이 난간은 2018년 여름이 오기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곳은 백두산 최고의 포토라인으로 보인다.

2017년 12월 9일 김정은 위원장이 이곳에 서서 정국 구상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화강암으로 보이는 석주 사이를 쇠사슬이 이어가고 있다. 북한의 산에서는 흔히 이렇게 쇠사슬이 난간을 만드는 거로 보인다. 참고로 김정은이 서서 조망하는 곳에서는 거침없으라고 쇠사슬도 아래로 내려져 있다.

김정은은 장성택 처형 등 중요 문제가 있을때마다 백두산을 찾았다고 한다. 구글에서 보이는 다른 날의 사진에도 역시 같은 위치이다. 그리고 그곳은 이번 남북정상이 사진 찍은 곳하고 거의 같은 앵글이다. 한겨울 분명히 바람은 거칠텐데 그는 어떻게 이곳을 올랐을까.

등산잡지 기자가 동행하지 않아서일까. TV 카메라도 대체로 극히 제한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사실 오늘처럼 여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

3월 1일 전후해서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 스포츠레저산업전(SPOEX 2019)는 착찹했다. 등산관련 업체로는 볼더링대회와 관련있는 몇몇 전문암벽장비회사들 뿐이고, 등산의류와 등산장비회사는 없었다. 그나마 자전거 잡지회사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이 잡지를 손에 넣은 게 최고의 수확이었다.

두명의 자전거 라이더가 서있는 이곳은 어디일지 알기 어려울 것이다. 남미나 하여간 해외  어느 고산일 것 같은데 그 답은 백두산이다. 표지 좌측의 침봉이 바로 위 김정은의 독사진과 같다.

표지를 장식한 기사의 제목은 '세계 최초, 북한에서의 라이딩'이고 부제가 ' 극도로 접근이 제한되고 통제가 심한 공산국가의 깊숙한 곳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는 최초의 라이더가 되었다'라고 하고 있다. 그들은 북한의 칠보산 묘향산 그리고 이렇게 백두산을 오르내렸다. 다른 산들은 그들의 SNS나 다른 잡지의 기사를 통해 다시 올리도록 하겠다.

기사에서는 백두산에서의 놀라운 라이딩 사진을 발견할 수 있다.

2018년 여름의 일이었고, 위에서 말했듯이 난간이 완벽하게 설치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도로는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김정은은 한겨울에도 변화무쌍한 백두산 바람때문에 위험할 헬기보다는 자가용을 타고 이곳에 올랐을 것이다. 

중국 쪽으로 차를 타고 백두산을 오른 사람들이 북한쪽 백두산에 대해 갖는 판타지들이 있다. 북한에서 오르는 백두산이 진짜이고 그래서 북한쪽에서 두발로 뚜벅뚜벅 걸어서  백두산에 오르고들 싶다고 말이다. 

저만치 눈부신 화강암 광장과 기념물이 서있는게 눈에 띤다. 분명히 이때 함께 조성된 것이 분명한데 무엇일까? 그들에게는 분명히 의미있을텐데, 아뿔싸 이번 정상들이 찾았을 때는 단 한컷도 들어있지 않은 것 같은데...

저 멀리 3층의 바위가 흑백이 섞여 있는데, 그건 이번 만남에서 살짝 스쳐간 TV화면을 보면 자연의 작품이 아니라 글자를 새겨 넣어서 그렇고 맨위의 글자는 혁명의 성지 백두산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쪽 거대한 조형물은 다소 참배객들에게 기울어져 있어 위압감을 주고 있다. 우리가 충분히 짐작할 그런 내용이 담겨있을텐데, 잡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원래는 없었을 하얀 화강임 기념물, 그리고 붉은 색의 글씨. 백두산이 신성한 곳이라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선언은 이곳에 그리 어울리지 않고 그래서인지 이런 부조리함이 인상적인 장면을 만든다.

원래 이곳에는 이렇게 거대한 기념물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추정하는 이유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백두산 사진 중에 이런 걸 본 기억이 있던가 말이다. 그리고 이 추정은 사실에 부합할 것이다.

김일성은 맨땅에 서있고, 김정일은 극히 평범한 단 위에 서 있을 뿐이다. 김정은이 2018년에 처음으로 조성한 것이기 쉽겠다. 그리고 뒤의 침봉을 보면 알겠지만, 김정은이 혼자 서있던 곳이 대충 서있는 것이 아니라 유서깊은 곳이고 북한 주민들은 한눈에도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았을 것이다.

동행했던 마술사 최현우는 '대박'이라는 말밖에 더 할 수 없다고 감동을 표한다. 대부분의 동행객들이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차분히 백두산을 살피자면 저 멀리 '혁명의 성산 백두산'이라는 페인트 글씨가 보이고, 그 아래에 라이딩 잡지에서는 보지 못한 건물이 두채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계속해서 백두산 정상은 '우리가 그리도 싫어하고 반대하는' 개발 중에 있는 것이다.

문정인 특보 저 멀리  두어채 중 한채가 보인다. 상당히 대형으로 바람에 세서 지붕의 각도가 완만한데 문을 보면 자재창고로 보여진다. 앞으로도 개발의 갈길이 멀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KBS 기자는 연신해서 백두산은 '민족의 성지, 민족의 상징'이라고 말을 하고 있다. 최고의 헌사를 바치고 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 뒤로 기념조각이 보인다. 그러니까 일행은 저쪽 창고쪽에서 기념조각을 눈여겨 보고 이쪽으로 오고 있는 셈이다. 백두산에서의 동선과 행보에 대해 남북의 당국자가 조율을 했을텐데, 저 기념상 참배를 놓고서 옥신각신하지는 않았을까.

남한을 대표하는 각계 각층의 명망가들이 모두 그 기념조각을 유심히 보았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어디던 눌러대는 것이 현대인의 습벽인데, 놀랍게도 수많은 인파들 중에 단 한사람도 그런  사람 없다. 스마트폰은 비행기 좌석에 놓고서 내린 것이 틀림없다.  과연 무슨 글자가 빨간 색깔로 새겨져 있을까를 알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할까. 북한은 백두산은 그래서 자전거 라이더의 말처럼 '깊숙한' 곳이다.

저멀리 '혁명의 성산 백두산'이라고 적혀있는 바위가 작게 보인다. TV로 볼때는 잠간 걸었을 거로 짐작하기 쉽겠는데, 오랜시간을 걸쳐 이렇게 멀리까지 왔다. 그리고 지금 이곳이 남북정상이 사진을 찍은 바로 그곳이다.

한편 조각의 전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전거 라이더는 '사진 촬영과 보안에 관한 상상할 수 없는 자유를 보장받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남측의 취재진은 북측의 보도지침을 받은 것도 있겠지만, 저런 조각상을 통해 불필요한 논란, 남남갈등을 야기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행은 모두 왔던 길을 되짚어 건물쪽으로 돌아간 다음 천지로 내려간다.  동선이 이렇게 왔다리갔다리 해야 되는 건 관광 사업에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다. 라운딩을 하도록 바뀔 것이다.

저아래쪽 천지 가까이에는 여기저기에 건물들이 산재해 있다. 과학자들이 천지와 백두산 정상의 생태계 등을 연구하는 건물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KBS스페셜] 평양 2박3일, 남북정상회담 동행기'가 감추고 있으면서도 실수로(!) 제공하는 마지막 한 장면이 남아 있다.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의 인터뷰 뒤에 충격적인 구조물이 눈에 띤다. 케이블카 상부 종착지로 여겨진다. 도로가 있는데도 케이블카를 놓은 건 분명히 관광객을 위한 용도일 것이다. 건물들 중에는 식당과 찻집 나아가 숙박시설도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북한쪽 백두산은 차량으로도 케이블카로도 도달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사이를 뚫고서 '흥분'에 사로잡혀 두발로 뚜벅뚜벅 올라간다는 건 상당히 김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담이지만, 다큐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백두산 정상 장면에서 인공적인 구조물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곳곳에서 이런 장면이 노출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피디가 백두산 정상이 실제 어떠한 모습인지 사전에 전혀 몰랐고, 남북 정상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기에도 바빠서 '앵글'을 거듭 살필 여유가 없어서라 보인다. 그리고 유투브에 이튿날인 21일 밤에 방영하다보니 편집하기에도 빠듯했을 것이다.

이 사진은 그래서 전문 산악인들이나 환경운동가들에게 차마 외면하고 싶은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쩌면 백두산을 '순수, 신비,민족의 성지'로 바라보고 싶은 남한의 일반인들 중에도 곤혹스러워 할 이들이 적지 않으리라.

이상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시간이 흘러 가슴을 차갑게 식힌 다음 백두산의 현실을 '등산'의 관점으로 한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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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리재(khn52) 2019-03-15 21:15:36

    포스팅 보니 아주 오래전 백두산 등반 했던 일이 기억 나네요. 도보로 약 7시간 물가에 내려가서 기념으로 세수까지 했습니다. 중국쪽에서 그 당시 그 곳에다 선수촌 조성 ...숙소...그 온천수 ..대단했던 기억이 납니다   삭제

    • kjh8613(kjh8613) 2019-03-15 18:33:26

      포스팅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못났는지 잘 본
      포스팅입니다.자연 아래에서 파생한 인간이
      자연을 이리 깎고 저리 깍고...
      더불어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요?
      백두산 같은 명산과 한반도의 지줄을
      이리 망가트려도 되나요?
      등산님의 의식 있는 포스팅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삭제

      • 바라보기(qkfkqhrl) 2019-03-15 10:50:05

        백두산이 개발을 면치 못 할 상황인데 이에대한 연구나 본존에 있어서 어떤가치 추구를 해야 할지도 관심을 갖을 때 인듯 한데 걱정되는바입니다.
        이런 부분에대한 언급으로 부연 코자합니다.   삭제

        • 짐(musicbob88) 2019-03-13 15:01:01

          긴박함 같은 걸 느끼며 읽었습니다.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3-13 11:49:19

            사진 속에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더니 이 글을 두고 그런말을 하는가 봅니다.
            제한된 사진속에서 많은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삭제

            • Tanker(icarusme) 2019-03-13 07:39:52

              저리 아름다운 산을 맘대로 가 보기도 힘드니 참 아쉽습니다.
              빨리 통일이 되던지 해서 아름다운 백두산을 자유롭게
              가보면 좋겠습니다.   삭제

              • Joogong(7paradiso) 2019-03-13 01:38:33

                어떻게 보면 백두산은 이제 더이상 우리민족의 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합니다 중국이 경제붕괴되면 약점잡아서 백두산을 빼앗아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백두산이 팔고 사고 할 수 있는 산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말이예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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