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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와 교훈

가을길을 달려가는데 한켠에 흰코스모스꽃밭이 너무 아름다워 발을 멈췄습니다. 가늘고 긴 목에 보드라운 일곱장의 꽃잎을 갖추고 있는 꽃. 흰코스모스의 꽃말은 소녀의 순결이래요. 백합이나 흰장미같은 백색의 몇몇 꽃들도 순결이 꽃말이구요. 하나같이 순수하게 아름다워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입니다. 순결한 것 좋죠. 우리를 경건하게 하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전국 남녀 중고등학교 100여곳의 교훈을 살펴본 결과(2018년) 여학교 2곳 중 1곳꼴로 ‘순결(純潔)’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고 하는 놀라운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사실 꽃아니고 사람으로 살면서 순결하기가 얼마나 어려울까요. 하루를 살더라도 경쟁하고 상처받으며 화나는 일들을 참아내느라 애를 쓰는데, 그래야 성장하고 강해지는데 순결을 교훈으로 삼으라니 그저 화초가 되라는 건가요? 게다가 톡까놓고말하면 정신적으로 순수하고 깨끗하고 뭐 그런게 아니라 남자친구 만나 데이트하고 손잡고 이런거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누구나 느끼잖아요. 그런데 다시 자료를 보니 여학교와 달리 ‘순결’이 교훈인 남학교는 없었어요. 그렇다면 이건 여학생에게만 순결의 책임을 강요하는 게 아닌가요? 성이란 상호적 관계인데 말이죠.
언제인지 '미우새'라는 오락프로에서 토니 어머니 말씀이 어록으로 돌아다닌 적이 있는데 '세상에 남자를 믿느니 옆집 숫캐를 믿으라'는 말이었어요. 네티즌들이 공감의 댓글을 마구 남기더라고요. 아유, 이거 문제입니다. 남자는 숫캐이니 개노릇만 하면 되는 것인데 순결을 지켜야 하는 여성은 옆집 개를 믿지 말아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 거니까요.
이건 뭐 조선시대 은장도도 아닌데, 순결을 지키는 게 여성의 사명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잖아요. 우리도 은근히 그런 생각에 동조하기도 하고요.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그런 생각을 하냐 하지만 우리의 무의식에는 은연중에 순결은 여성책임이다. 여성에게 순결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요.
얼마전(2018.9)SK텔레콤이 여성용 호신용품 ‘My #코스모스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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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sch3927(ssch3927) 2019-03-14 16:53:17

    선배님 놀러 왔습니다~~
    "세상에 남자를 믿느니 옆집 숫캐를 믿으라"
    묘한 느낌이네요.
    웃픈 현실입니다.
    순결은 모두의 책임이든 아니면 모두의 책임이 아니든 이겠죠.   삭제

    • durenolza(eokkae) 2019-03-14 10:55:20

      그 '숫캐'의 입장에서 봐도 '부끄러운 현실'이네요.
      그게, 저 조선조 후기의 '찌질이' 성리학자들 DNA가 남아 그런 것 아닐까 여겨집니다.

      조선 전기에는 여성들도 상속, 제사 참여 등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지요?
      후반기로 넘어가면서 이 못나빠진 넘들이 나라 키우고 지키는 일은 도외시한 채, 가정-사회에서 가부장적 권위 키우는데만 대가리를 굴렸던 것 같습니다.

      그 '열성 DNA'가 여권에 관한한 여전히 작동되는 모양새고요.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3-14 10:08:31

        김민섭 작가의 [훈의 시대]라는 책에 여고와 남고의 교가와 교훈,
        심지어 대학가의 교가도 마찬가지...성차별의 끝이 어딘지 모를
        훈들이 남무하더군요.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3-14 10:06:07

          해당 포스트를 클릭하시면 오른쪽 상단에 [기사수정] 버튼이 있습니다.
          그 버튼을 누르면 수정하실 수 있습니다.^^   삭제

          • 바라보기(qkfkqhrl) 2019-03-14 05:16:16

            요즘 패미가 들끓고 있죠. 이재 조금 지났나요.
            순결을 여성에게만 종용하는 여학교의 교훈들을 다 내려야 할 판이내요. 판세가,
            다 좋습니다.
            결국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겠지요. 믿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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