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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차이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그녀는 새삼스럽게 자기 나이와 딸애의 나이를 생각해본다. 같은 세상에 살면서 서로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은 생각의 차이 때문이다. 그녀는 슬퍼진다.”

이 문장은 조세희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글이에요. 난쟁이로 상징되는 가진 게 없는 자와 거인으로 상징되는 가진 자 사이의 대립하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대상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여기서 이 책에 관해 설명하려는 건 아니에요.

저도 제 딸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많은 부모가 아이들이 하는 말이나 생각이 틀렸다고, 먼저 살아본 부모 말이 옳다고 하죠. 그런데 만약 어떤 일에 대해 제가 제 아이들에게 한 말을 제 부모님이 듣고 틀렸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제 말이 틀렸다고 말한다면 제 아이의 말이 맞는 게 되는 걸까요? 그 누구의 말도 맞지 않는 걸까요? 그럼 제가 제 자식에게 너는 틀렸다는 식으로 말할 자격이 있는 걸까요?

보통 자식과 부모는 20~30년 이상 차이가 나죠. 강산도 10년이면 바뀐다고 하죠. 제가 지금까지 겪어온 경험, 사회 상황, 보고 듣고 느낀 것과 제 자식이 10여 년에서 20년 살면서 겪은 경험, 사회 상황, 보고 듣고 느낀 것은 서로 다르죠. 따라서 서로 머리에 만들어진 생각의 틀은 다를 수밖에 없죠. 그래서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거고요. 같은 세상에 살면서 서로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은 당연한지도 몰라요. 슬프다면 슬프지만 제가 통제할 수 없는 문제죠.

‘다르다’와 ‘틀리다’는 엄청 다른 말이죠. 그런데 많은 사람이 ‘다르다’고 표현할 자리에 ‘틀리다’는 말을 써요. “같은 뱃속으로 나은 자식인데 너무 틀려요.” “색상마다 가격이 조금씩 틀려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두 명의 자식이 있다면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거겠죠. 색깔에 따라 가격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게 맞겠죠. 아이의 말과 생각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부모의 생각과 아이의 생각이 다른 거죠. 그러다 보니 아이 말을 못 알아듣는 거고요.

틀리다는 말은 무언가에 대해 정답이 있을 때 쓰는 말이죠. 1 더하기 1은 2가 맞는데 3이라고 했을 때 틀렸다는 말을 쓰는 거죠. 남자와 여자는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거죠. 다름을 다르다고 인정한다면 아마 많은 갈등이나 다툼이 없어질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언제부턴가 아이들을 대할 때나 동료들을 대할 때 계속 머릿속으로 ‘다름을 인정하자’는 말을 생각해요. 저 사람은 틀린 게 아니라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말이죠. 그랬더니 전보다 훨씬 사람을 대하기도 쉬워지더라고요.

꼰대 또는 꼰데라는 말이 있죠. 아버지나 교사 같은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요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남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변형된 속어라고 해요. (출처 : 위키백과)

내가 내 아이들에게, 직장에서는 아랫사람에게 꼰대질하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네 말은 틀려!” 하고 말하는 순간 이미 꼰대가 된 건 아닐까요? “너는 나와 생각이 다르구나!” 하고 말하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 앞에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어린 자식이든, 직장 동료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를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듣는 방법을 몰라서 우리는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부모#자식#부모와자식#생각의차이#생각#나이차#세대#세대차#틀리다#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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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오렌지(bsw3055) 2019-03-16 12:42:59

    차이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그나마 꼰대로부터 탈출을 시작할 수 있겠죠.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너무도 쉽지 않은일입니다.
    저도 아이들 키우며 수없이 성장한듯 해요.   삭제

    • 박다빈(parkdabin) 2019-03-15 08:40:33

      와, 정말 좋은 글이네요! :) 아침에 눈이 번쩍 뜨입니다. 일상에서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용하는 분들을 간혹 만날 때 저도 그런 생각을 한 번씩 했던 것 같아요. 다른 것과 틀린 것 사이의 분명한 경계를 가지고 있다면, 다르다와 틀리다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겠지, 라며 마음의 끈을 다시금 조입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   삭제

      • 자유투자자(tmdwoqn) 2019-03-15 00:28:52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능력이라고 봐야죠.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보면 다른 사람 말을 안 듣는 사람이 태반이죠.
        자기만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삭제

        • 바라보기(qkfkqhrl) 2019-03-14 21:12:52

          우리의 특성인가요. 다르다고 하면 틀리다고 이해하는것이 참 이상하거든요.
          다른것과 틀린것은 분명히 구분이 되는데도 말이죠.
          구태여 다름과 틀림을 구별해야 할 게 있을까 싶은데......   삭제

          • 송이든(widely08) 2019-03-14 16:55:32

            생각의 차이는 항상 존재합니다. 그 생각의 차이를 이해하느냐, 차단하느냐의 문제로 갈등하고 벽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통은 이 차이를 서로 받아들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겠죠.   삭제

            • 메이블록(maybugs) 2019-03-14 15:16:46

              그렇네요.. 말하는것에만 방법과 기술이 있는 줄 알았더니
              듣는것에도 방법과 기술이 필요한 거였네요.   삭제

              • 은비솔99(rose3719) 2019-03-14 12:42:18

                우리는 살면서 다르다는걸 많이 느끼고 살죠..인정하는데도 오래걸리고 생각의 차이를 알게되면 싸울일도 없을것 같아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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