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유로운 시간, 커피 한 잔을 들고 멍때리다 무심코 시야에 들어오는 배우가 보였다.

TV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배우는 하정우!

영화의 한장면인데 앵커랑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남자가 앵커를 맡았나?하고 유심히 들여다 보니 '더 테러 라이브'라는 영화이다.

국민앵커가 라디오프로그램으로 밀려나 생방송도중 신원도 알 수 없는 청취자에게 협박전화를 받는다. 장난전화일거라 생각했는데 잠시 후 마포대교가 폭발한다. 장난전화가 아니었던 것이다.

테러범과의 전화통화를 계기로 그는 자신을 다시 끌어올릴 기회로 생각하고, 보도국장과 뒷거래를 한다. 그리고 생방송 독점중계를 통해 그는 화려한 비상을 꿈꾼다.

처음엔 그저 테러범과 부활하고자 하는 앵커의 문제를 다루나 싶었지만, 영화가 시간위에 흐름을 가지고 가면서 단순히 테러전쟁이 아닌 인간에게 감추어진 검은 그림자가 테러보다 더 끔찍하게 고개를 들었다.

너무 현실적인 인간의 본성이 사회곳곳에 파편처럼 일그러진 인간상위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지금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려낸 영화라는 생각뿐이었다.

테러범은 단지 대통령의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를 듣고 싶었을 뿐이다.

마포대교 보수공사 중 막노동으로 25,000원을 벌려다 죽음에 이른 이들에게 너무 무책임했던 정부와 대통령의 사과 한마디 들을려고 저지른 범죄였다.

"사과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라고 죽어가던 범인의 말처럼 그들에게는 자신의 명성만큼이나 어려운 말이었다.

사과 한마디면 무수한 피해자를 살려낼 수 있음에도 그 한마디가 백명의 국민의 목숨보다 어려운 것이었다.

대변한다고 나온 경찰국장의 저 우월주의와 깔아뭉개는 태도와 비하하는 모습이 저들의 앉아있는 권력에서 그가 뱉은 '쓰레기'라는 말을 돌려주고 싶었다.

인성이 쓰레기인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의 더러움은 보지 못하고, 겉에 걸친 옷으로 권력이라는 의자에 앉아 입만 놀리는 게 역겹고 역겹고 역겨웠다.

군주는 한 명의 백성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백 명의 백성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천 명의 백성을 둘러볼 수 있어야 하고, 만 명의 백성을 안을 지혜를 가져야 한다.

백 만명의 백성이 그 군주를 칭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 권력의 의자에 앉아 한 명의 백성쯤은 무시해도 되겠지라고 앉아 있으면 그는 백 만명의 백성에 의해 끌려 내려올 것이다.

원래 썩었던 사람이었을까? 아님 권력이 그들을 썩게 만들었을까?

아니다. 본성은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

한마디 사과는 커녕 수많은 시민을 죽이고 여론을 테러범에게 돌팔질하게 만들고, 그 테러범이 죽으면 자신은 사과할 존재조차 사라지니, 결국 나의 승리라고 받아들이며 시나리오을 짜는 모습으로 권력의 자리는 이미 썩어서 구더기잔치였다.

특종으로 위로 비상하려던 앵커 역시 그 구더기안에 있었던 것이다. 자신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 썩은 권력에게 아부하며 평생 빌빌거리고 살아왔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병든 사회였다.

이 영화는 테러범과의 전쟁이 아니였다.

썩은 권력, 병든 사회, 기울어진 언론,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야망과 탐욕으로 무너져내리는 건물안에 무너진 자존심과 인간성만이 추락하고 있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하정우의 연기를 보면서 '이 남자 참 연기 끝내주게 잘하는구나' 감탄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송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