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눈 감아봐. 뭐가 보여?

츠네오:그냥 깜깜하기만 해

조제 : 거기가 옛날에 내가 살던 곳이야. 

츠네오: 어딘데?

조제 : 깊고 깊은 바다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

츠네오 : 왜?

조제 : 너랑 세상에서 가장 야한 섹스를 하려고.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중의  조제와 츠네오 일부 대사이다.

쓸모없는 몸을 가진 녀석이라 조제의 할머니는 그녀를 세상밖으로 내 놓지를 않는다. 사람들의 잠든 컴컴한 밤에 유모차에 태워 산책시켜 주는 것이 고작이다.

장애를 가진 조제를 남에게 내놓기 창피한 할머니는 그렇게 조제를 가두게만 된다.

조제는 하반신을 못쓰는 몸을 가지고 할머니와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츠네오란 대학생과의 첫만남이 그녀를 세상밖으로 끄집어 내준다. 그저 장애인과 대학생의 사랑이라고 이 영화를 치부해버리면 이 영화는 울림이 없다.

하지만 츠네오의 눈에 그녀는 장애인이기 보다 너무 순수하고 당당하기까지 하다.

그녀를 해가 있는 밝은 낮에 유모차에 태워 사람들의 시선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거리를 활주한다. 밤에 몰래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니던 어두운 세상만 보던 그녀에게 모든 사람들의 움직임이 정지되고 풍경과 구름으로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굴러넘어진 잔디위에서 보이는 구름은 집에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다.

그녀에게 호랑이는 어쩌면 영원히 상상만으로 남을 것만 같은 존재였다.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보러가고 싶은 동물이었다. 그 이유는 호랑이가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무서운 호랑이를 보면 아흐 무서워하고 안기고 싶은 남자친구가 생겨야 보러 갈 동물이었다. 하반신 장애로 남자친구를 꿈꾸는 게 현실적이라 여기지 않았기에 그저 꿈만 꿀 것이라 생각했는데 남자친구가 생겨서 지금 츠네오랑 호랑이를 보고 있다.

물고기는 자신의 모습과 같다. 다리도 없이 흐느적거리며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과 말이다.

츠네오는 장애를 가진 그를 동정했던 것이 아니다. 사랑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사랑과는 별개로 무거웠다. 그녀를 업고 다니는 것도, 사회초년생으로 자신을 책임지며 사는 것도 무겁기만 했다. 조제 역시 보내주어야 했던 걸 알았다. 그리고 그들은 이별했다.

"네가 떠나고 나면 난 길잃은 바닷속 조개처럼 파도에 휩쓸려 이리저리 떠돌겠지. 그렇게 된다해도 나쁘진 않아.별로 외롭지도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천천히 천천히 시간이 흐를 뿐이지"

조제는 츠네오로 인해 세상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별의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아니 사실은 하나다. 내가 도망친 것이다.'

츠네오는 어느 날 길을 가다 울컥 눈물을 쏟아내고 만다. 어떤 경우에 헤어지고 친구로 지낼 수 있지만 조제에게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음을 안다. 사랑했지만 현실의 무게에 도망쳐 왔기 때문이었다. 츠네오는 조제를 장애인으로서 동정한 게 아니라 여자로 사랑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송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