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2일 (토)
겨울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쌀쌀했다. 공기층의 어딘가에 큰 구멍이 뚫려 그 구멍을 뚫고 나오는 더 찬바람이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결혼식은 물론 흥겨웠고 신부의 드레스는 반짝였으며 아내가 될 그녀에게 부르는 신랑의 노래는 순수했다. 비비는 옆의 동료에게 말했다. 너무 아름답네. 좋아 보여. 동료는 미소 지었다. 그래본들 다 별거 아니지 않겠어?
사람들은 모여서 밥을 먹고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적당히 나이들이 들었으므로 어느 정도는 포용력 있는 표정들이었지만 다들 구멍 뚫린 공기층의 찬바람에 조금은 질린 듯 한 표정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몇몇 사람들은 자리를 뜨고 또 몇몇 사람들은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직도 아버지가 딸 손을 잡고 들어가서 넘겨주는 결혼식이 있네요. 결혼식엔 부부가 나란히 들어가는 게 더 보기에 좋더라고요. 요즘엔 저렇게는 잘 안하는데 말예요. 그러게요. 어쨌든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할 텐데 말이죠. 말하자면 그게 다 살아내는 일 인거죠. 그들은 고즈넉하게 웃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시간은 착실하게 흘렀다. 찻집 문을 나서자 거뭇한 하늘이 바싹 다가왔고 뚫린 구멍에서는 심지어 웽웽 소리가 나는 듯 했다. 비비는 귀를 닫았다. 찬바람이 가슴을 뚫고 들어와 영혼까지 얼려버릴까 겁이 더럭 났다. 누군가가 버린 검정 비닐봉투가 바람을 타고 정신없이 날아가고 있었다. #까마귀#결혼#음모#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