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재혼이야기⑨

무너지는 초혼과 재혼의 벽

 

 

에드위트(Ed Wheat)의 『결혼한 부부를 위한 사랑생활』(Love Life For Every Married Couple)에 보면 아담과 하와에 대한 재미난 얘기가 나온다.

>하와:"나를 사랑하시나요?"

>아담:"당신 말고 여자가 있나요?"

하지만 지금은 당신 말고도 많은 ‘여자’ 또는 ‘남자’가 존재하고 있다. 거기에다 이제는 과거의 결혼경력(?)도 상관없다. 한때의 ‘품절남’‘ 또는 ’품절녀‘들이 다시 결혼 시장에 나오고 있다. 진짜 그대로 마음이 맞고 조건이 맞으면 그만인 시대에 살고 있다. 마음이 맞고 조건이 맞으면 경우에 따라 과거결혼경력이 있는 재혼자라 하더라도 초혼의 결혼상대자로서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2013년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신규결혼의 40%정도가 파트너 한명이 이전 결혼경험이 있는 재혼자 였다.¹⁾

우리는 이런 흐름과 관련해서 재혼의 경우 결합되는 커플 유형들을 세 가지, 즉 <재혼녀+초혼남>, <재혼남+초혼녀>, <재혼남+재혼녀> 로 상정 시켜볼 수 있다. 앞의 세 가지 유형중 재혼에서 가장 많은 유형은 역시 이혼 남녀들끼리의 결합(재혼남+재혼녀)이다. 재혼 10쌍 중 7쌍이다.

그런데 최근 재혼에 관한한 변화가 있다면 ‘남자 초혼- 여자 재혼’, 즉 <재혼녀+초혼남>의 결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연'은 지난 1년 동안 자사 재혼회원의 성혼율을 조사한 결과 <초혼-재혼>간 성혼율이 전년 대비 7.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여자‘재혼’+남자‘초혼’>의 증가율이 <남자‘재혼’+ 여자‘초혼’>보다 4.08% 더 높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2019년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종류별 건수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재혼남+초혼녀>의 결합이 전체 결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인데 반해 <재혼녀+초혼남> 6.2 %로 약 2.2%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²⁾  그래서 초혼과 재혼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 재혼은 재혼끼리 초혼은 초혼끼리의 결혼은 이제 옛말로 초혼과 재혼의 결혼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³⁾

이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소득 증가로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려는 재혼여성들의 성향이 초혼남성의 경제적 부담감을 덜어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재혼여성과 초혼남성 성혼을 보면 ‘연봉 4천’ 이상의 ‘자가 주택’을 가진 여성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한 지 4년이 된 김모(44)씨는 “어떻게 딸 가진 이혼녀가 총각하고 재혼 했냐”며 부러운 시샘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중소기업 부장인 노총각(48)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김씨는 “남편에게 자녀가 없어 딸 키우기가 부담 없고, 아이를 한 명 더 낳아 새로운 가정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⁴⁾

김씨처럼 이혼한 여성과 미혼남성(재혼녀+초혼남)이 결혼하는 경우가 주변에서 늘고 있다. 흐름은 젊은 미혼남성의 절반가량이 결혼경험이 있는 사람과의 결혼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에나래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 20∼30대 남녀 563명(남 296명ㆍ여2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나의 배우자의 두 번 결혼의 과거경력은 ‘정신적 흠결’, ‘복잡한 주변문제’, ‘성격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신경 쓰인다는 사실을 인정 하면서도 남성 응답자의 절반이상, 여성의 경우 1/3 정도(34.8%)는 초혼일 경우에도 결혼경험 유무가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했다.⁵⁾

남성 응답자들은 두 번 결혼의 과거경력보다 ‘사람 됨됨이가 중요하다’(23.7%) ‘결혼경험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18.6%)와 ‘제반 조건이 중요하다’(8.1%)에 비중을 두고, ‘절대 안된다’거나 ‘가급적 피하고 싶다’는 응답은 각각 29.0%와 20.6%였다. 그러나 여성응답자들은 ‘가급적 피하고 싶다’는 응답률은 36.7%로 남성보다 16.1% 포인트 높았다

초혼자가 재혼자와 결혼할 때 좋은 점으로는 ‘현실적인 결혼관을 가질 수 있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정신적으로 성숙하다’ 등을 들었다.

우리는 매년 통계청이 발표하는 자료를 통해 몇 가지 특이한 분석이 가능함을 알 수 있는데 첫째, 근래에 들어와 황혼이혼이 신혼이혼율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배포한 2019년 혼인지속기간별 이혼건수 및 구성비를 보면, 신혼이혼비율이 21.4%에 비해 20년 이상 황혼이혼비율은33.4%로 나와 있다. 2011년까지 4년 이하 이혼이 가장 큰 비중이었으나, 2012년을 기점으로 해서 20년 이상 이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특히 혼인지속기간 30년 이상 부부들도 전체이혼의 12.5%에 달해 황혼이혼이 새로운 인식사실로 부각되기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가정의 가치관과 가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전통적인 가족관이 자신을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가정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다면, 고령화·핵가족화가 고착화된 현재는 가정보다 개인의 행복에 보다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대한가정법률복지 상담원 대전지부 박은주 원장은 "요즘은 과거와 달리 이혼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적고 이혼이 쉬운 풍토가 조성됐다"며 "특히 노년층도 참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 혼자라도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⁶⁾ 고 설명 한다.

둘째, 여자의 재혼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남자가 초혼이고 여자가 재혼'인 부부의 탄생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온리-유는 “결혼 실패 경험이 있는 여성들은 대부분 전 배우자로부터 억압 받았다는 피해의식이 크다"라며 "그 속박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이가 비슷하거나 연하의 결혼 경험이 없는 상대를 택해 명실상부하게 부부 양성 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심리가 근저에 깔려있다"라고 설명했다.⁷⁾

초혼남이 재혼 여성과의 결혼 이유는 이렇다. “이혼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한번 결혼의 실패를 겪고 나서 수용하는 면과 이해의 폭이 넓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주위에서 다시 생각해보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한 평생을 같이 할 반려자로 나를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란 확신을 가지고 청혼을 했다” ⁸⁾

한편 '재혼상대로서 돌싱보다 초혼을 선호할 경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남녀 의견이 근접했다. '정신적 상처가 없어서'를 최우선적으로 꼽았고 '자녀 걱정이 없어서'와 '신체적 순수', '경제력 우위' 등이 뒤따랐다.⁹⁾ 비에나래의 이경 실장은 "이혼으로 돌싱이 된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이 파탄에 이를 때까지 많은 정신적 고통을 경험 한다"라며 "따라서 마음의 상처가 적고 정신적으로 좀 더 순수한 초혼 이성을 재혼상대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문결과를 풀이했다.

셋째, <연상의 여자>와 <연하의 남자>가 결혼하는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외국인과의 혼인도 남녀 가릴 것 없이 늘고 있다.¹⁰⁾

'남자초혼-여자재혼' 급증과 '연상여자와의 결혼 증가'라는 신 결혼풍속의 흐름은 결혼횟수나 나이, 이혼사유 등 과거 결혼여부를 결정짓는 주요요소들이 이제 그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실제 독일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남편이 아내보다 5~10세가량 많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고, 그렇지 않을 경우 특히 중간계층에서는 일탈자로 여겼던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¹¹⁾  하지만 지구가 돌듯이 세상은 변하고 있다.

정치인 사생활에 관대한 프랑스는 물론이고 전 세계 외신의 주목을 받은 에마뉘엘 마크롱(39)이 프랑스 새 대통령에 오르면서 24세 연상아내 브리짓 트로뉴(Brigitte Trogneux,63)와의 러브스토리도 큰 화제로 떠올랐다. 마크롱과 그의 아내 사이의 나이 차이는 청교도적인 서클에서 본다면 명백한 스캔들이라고 볼 수 있다.¹²⁾

변화된 결혼관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는 스포츠 행사에서 만나 연인으로 발전, 2010년 연애 사실을 공개한 탤런트 K씨(38)와 8살 연하 프로게이머 L씨(30)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한다는 사실을 밝힌 경우이다.

당시 K씨는 딸이 있는 연상의 이혼녀라는 사실 때문에 많은 팬들이 놀라워했고, 남성 가부장 중심의 전통적 가치관에서 볼 때 여자가 나이가 많은데다가 결혼 경력이 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후 두 사람은 2011년 혼인신고를 하고 혼인신고 5년 후 결혼식을 올렸다.)

'연상녀와 연하남'의 결혼건수와 관련, 초혼 부부의 경우 여자 연상 부부는 17.2%, 전년보다 0.4%p 증가 비중이 점점 더 높아 졌다.¹³⁾

여성이 연하남을 선호하는 이유는 △여성의 능력을 남자가 인정한다. △젊어지는 느낌과 모성본능 자극으로 인해 성취감이 증가 한다. △여성이 나이에 비해 철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오히려 연상남보다 더 잘 이해해준다. △나이 들어서 연상남 남편들이 정년퇴임할 때 연하 남편은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등이다. 반면 연상녀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요구사항도 적고 누나처럼 편하게 해주며 알아서 잘 챙겨주기 때문에 편하다. △성적인 접근이 쉽다. △남자를 어른으로 변하게 만든다 등을 꼽았다.¹⁴⁾

이제 결혼생활을 다룬 정형화된 틀이 존재 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결혼에 관한한 설계도도 흠잡을 데 없는 모범 답안도 없고, 모든 부부는 각각 독특한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¹⁵⁾  그래서 결혼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주요 조사연구 결과를 검토하고 나서 내린 결론은, 그것들이 아무것도 증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결론이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은, 결혼이 이제까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중에서 최악의 일이라고 외치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최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어떤 결론에도 도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혼하지 않은 것이 우리의 행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적절한 환경과 마음에 맞는 배우자를 만나면, 그것은 곧 당신이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발견하지 못했을 행복과 자기 계발에의 길을 알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재혼의 성공 비결은 처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뉴욕의 사진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에릭 스맬킨(36)은 어느 날 동료로부터 린다 챈을 소개받았다. 대화를 하는 동안 그녀가 같은 아파트 바로 아래층에서 살고 있음을 알고 하늘이 맺어준 인연임을 확신했다. 두 사람은 우선 동거를 시작해 올 5월 결혼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원칙을 세우고 있다. “우리는 자신들에 대해 훨씬 더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말한다”고 스맬킨은 말한다.“(이전 결혼에서의 경험을 통해) 좋은 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타협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¹⁶⁾

초혼이든 재혼이든 대다수의 결혼의 비극은 (특히 아름다운 드레스와 턱시도의 결혼의식이 영원한 행복을 보증한다는 로맨틱한 생각을 갖고 결혼이 행해질 때) 그것이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끝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그 원인이 있다.¹⁷⁾  정확히 말하자면, 결혼은 아슬아슬한 발판이다. 결혼은 두 사람이 영구히 공유할 그들 생애의 이익과 불이익의 모든 위험을 부담할 것을 서로 충분히 확인하게 된 지점에서 시작 되어야 한다.

그래서 결혼은 지위가 아니고 여행이며, 케이크 맨 위에 놓여 져 있는 움직이지 않은 신랑 신부의 인형 모델이 아니라, 한 장의 사진이며 생애의 탐험인 것이다. 그것은 다른 한사람의 인물의 성장에 참가할 용의가 있으며, 상대방에 의해 변화되고 상대방과 함께 달라지는 기쁨과 괴로움에 자기 자신을 연다는 의미를 포함 한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완전한 남자나 완전한 여자는 없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아무리 불완전해도 좋은 결혼이 이루어 질수 있고, 또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¹⁸⁾

그래서 재혼, 즉 두 번째 결혼이란 '완벽한 배우자'의 이상을 버리고, 불완전함을 껴안되 , 대신 나와 함께 할 삶의 동반자로부터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리고 상대와 함께 성장할 요소를 선택해 나가는 것이다.¹⁹⁾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¹⁾ By Gretchen Livingston, Chapter 4: Marriage and Remarriage Among Newlywed Couples, pewsocialtrends.org, November 14, 2014

²⁾ 통계청이 작성한 2018년 혼인·이혼통계 보도자료 (2019. 3. 20)

³⁾ 최창남 기자, 초혼과 재혼의 벽이 무너진다. empal.com, 2009. 04.10

⁴⁾ 김동섭 기자, 딸 가진 이혼녀가 어떻게 총각하고… 요즘엔 흔한 일!, 조선일보, 2007년 10월 27일

⁵⁾ (서울=연합뉴스), 남성 미혼자 절반 "재혼녀도 상관없다", 조선일보, 2004.03.16

⁶⁾ 전희진 기자, "이제 안참아"… 황혼이혼 급증, 대전일보, 2016-05-20

⁷⁾ 한국 아이닷컴 뉴스부, 이혼녀들, 결혼경험 없는 남자 선호 이유, 2012.02.0

⁸⁾ 최창남 기자, 위의 글

⁹⁾ 한국 아이닷컴 뉴스부, 위의 글

¹⁰⁾ 김문성 기자(서울=연합뉴스), 남자 초혼-여자 재혼 급증/`2000년 혼인 이혼 통계 결과', 2002.03.21

¹¹⁾ 앙드레 미셸, 가족과 결혼의 사회학, 변화순 김현주 옮김, 한울아카데미(2007), p.135

¹²⁾ By Marilisa Racco, Do relationships between older women and younger men work?, globalnews.ca, May 5, 2017

¹³⁾ 통계청이 작성한 2018년 혼인·이혼통계 보도자료(2019.3.20)

¹⁴⁾ 이윤원 기자, 연상녀․연하남 커플， 사실은 천생연분이에요, 쿠키뉴스, 2006.4.7

¹⁵⁾ 니키& 실라리, 결혼, 알파코리아 역, 서로사랑(2007), p.19

¹⁶⁾ 파경의 상처 극복… 성숙한 재혼에 성공하기 /들.조.애 (cafe.daum.net/emfwhdo)

¹⁷⁾ 리처드 헤들링거, 성의 자유에 대하여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김향 역, 황기성 사단(1991), p.227

¹⁸⁾ 러셀 엘딕스, 행복한 결혼을 위하여, 이종복 역, 홍익재(1995), p.18

¹⁹⁾ By Brittany Wong, 10 Reasons Marriage Is Better The Second Time Around, huffpost.com, Updated December 6, 2017

 

 

 

*필자: <졸혼을 선택하는이유><재혼전 검증사항>외 다수, 도서목록(나의서재 bookk.co.kr/khn52), 

khn5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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