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는 주변에 혼혈인이나 외국인이 한 명 있을까 말까였는데. 지금은 다문화권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다양한 장면에서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 집안도 다문화 가정에 속한다. 외삼촌이 국제결혼을 하셨다.

   외삼촌이 국제결혼을 하시기 전까지, 나는 다문화 사회에 별 관심이 없었다. 피부로 와 닿지 않는 문제라 그랬던 듯하다. 어쩌면 그 방면에서 나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찌들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라 하기 어렵다.

   외삼촌의 결혼을 통해 나는 다른 나라에서 온 외숙모를 맞았고,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느꼈다. 동남아에서 온 외숙모를 향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시선을 눈앞에서 목격하면서는 여러 번 소스라쳤고, 많은 순간 부끄럽기도 했다. 동남아 사람들을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로 여기는 어른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뱃속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문화의 차이를 수직적인 판단 잣대로 보면, 어떤 문화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자리에 놓이고 어떤 문화는 상대적으로 열등한 자리에 놓인다. 차이를 받아들이는 그릇의 차이는 때때로 이해와 차별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낳았다.

   다문화 가정의 일원이 되면서 나는 내 안의 수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만났고, 그것들을 부수어 나가는 과정에서 뜻밖의 의식 확장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커다란 의미와 가치가 있는 배움의 과정이기도 하였다.

   단일 민족 국가로 시작한 대한민국이 지금은 다문화 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 이질적인 문화들이 융합해 나가는 과정에 따르는 몰이해와 갈등이 결국에는 이해와 수용의 출발선이 된다는 점을 생각한다.

   사람들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부딪칠 수 있지만,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통해 사고의 저변과 이해의 지반을 넓혀 갈 수 있다. 싹이 트기까지 오랜 시간과 살뜰한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일단 싹을 틔우고 나면 무럭무럭 자라 여러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해 주는 열매 나무를 생각한다. 차이에 대한 이해가 그러한 씨앗 같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