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집에 아무도 없는날

월차나 연차를 내어 집에 있던 어느날

 

택배 하시는 분

구청에서 시설점검 나왔다는 분

 

무슨 설문조사를 하기위해 기관에서

출동 하였다는 분

 

우리집 전자제품이 고장나서

A/S센터에서 나오신 분

 

등등 ... 평소 얼굴 한 번 마주치지 못하던

그들의 얼굴을 간혹 마주칠때가 있다.

 

예전에 그들은 젊었고 대부분 파트타임으로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았지만

 

요새는 한 집안의 가장 정도 되시는 분들부터

연세가 70세를 훌쩍 넘기신 분들까지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다.

 

말투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세칭 알바생들이

아닌 제법 사회생활을 하시던 분들이신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퉁명스럽게 그들이 할일을 다하고 돌아가는

그 점. 까지 현관문 닫으며

 

'수고하셨습니다'

그러고는 별 생각도 그들이 돌아가는 일에 그다지

생각이랄 것이 없더랬다, 새파랗게 젊으니 알바하는게

뭐 그리 대수인가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다.

 

예전에는 눈발이 날리고 매서운 강추위에 

가가호호 방문해야하는 그들을 안쓰럽게 생각 할 뿐

별다른 염려랄 것이 없더랬다.

 

오히려 현재는 무덥고 숨이 턱턱막히는

대한민국의 여름이 더 염려 스럽고

 

찾아오는 이마다 느껴지는 삶의 무게와

그들이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혹은 

 

주문한 상품들을 전해 주며 돌아가는 뒷모습에서

그들이 안고 있고 감싸고 있을 그들의 가족들이

연상된다. 

 

궂은 날씨에는 AI인공지능 로버트들이 점검을 다니거나

택배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서 강사하시던 분이 위험한 아파트 전기 점검일을

하시는 그자체가 국가적인 낭비이다. 대학교수한다고

무조건 고상한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하고 매진해온 그들의 시간들이 단순 택배 알바로

끝나는 것은 단순히 남의 일만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시원한 물 한잔과

그들이 등을 돌려 다음 갈길을 가기전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와 함께 웃어주는 양념뿐이지만

 

앞으로 우리나라가 넘어야한다는 다섯개의 설산이 

떠올라 그들의 뒷모습과 그를 바라보는 내모습이 

결코 이대로 오래가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