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워라밸 플래너 (Work and Life Balance Planer)를

만들어 매일 활용하고 있다.

워라밸 플래너란 29가지 항목에 대해

매일 스스로를 평가하는 표이다.

남들에게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나에겐 매일의 버킷리스트가 있다.

사람들은 내가 왜 이런 쓸 때 없는 일을 하는지 모른다.

그냥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 하는 줄 안다.

내가 이걸 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아내에게 무뚝뚝하고 함부로 말하는 남편이 될까봐,

아내를 더 이상 사랑하는 이성이 아닌

잠만 자는 동거인으로 여길까봐 두렵다.

귀찮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아들과 놀아주지 않는 아빠,

같이 있으면 할 말도 없고

불편한 그런 아빠가 될까봐 두렵다.

회사 일에 미쳐 가정을 등한시하는 가장,

돈에 미쳐 돈돈돈 거리는 속물이 될까봐 무섭다.

성공이라는 미명아래 가족을 희생시키는 인간이 될까 두렵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될까봐 두렵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나만큼은 죽을 때 까지 아내를 사랑할꺼야”

“나만큼은 정말 좋은 아빠가 될꺼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만큼은 돈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할꺼야”

“나만큼은 회사보다 가정을 더 우선시하는 사람이 될꺼야”

나만큼은...

결혼하기 전, 아기를 낳기 전, 돈을 벌기 전, 성공하기 전,

인정받기 전 다들 그렇게 말한다. 나만큼은...

하지만 그 결심들은 무심하게도 적응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소리도 없이 사라진다.

목숨을 줄만큼 사랑했던 여자와 결혼해도 이내 그 마음은 식는다.

출산할 때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좋은 아빠가 될거라 다짐했더라도

애가 조금 크고 놀아달라고 하면 귀찮아한다.

가정을 지키고 싶다고 말하지만 회사에서 진급을 하고

월급이 오르면 어느새 우선순위가 바뀐다.

많은 사람들이 적응이라는 보이지 않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간 힘을 써도 버티기 힘들다.

언제 빨려 가느냐의 문제이지 결국은 빨려 간다. 소중한 것도,

감사한 것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고 첫 마음을 잊는다.

마음이 변할까봐 두렵다.

난 안다.

내 발 밑에 24시간 365일 블랙홀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만 방심하면, 조금만 덜 의식하면 그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그땐 이미 늦다.

내가 정말 되고 싶지 않은 그런 유형의 어른이 될까봐 무섭다.

그래서 나만의 방법을 만들었다. 워라밸 플래너.

매일 나를 돌아보고 블랙홀의 존재를 자각하는 것이다.

매일 하루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는지, 어디에 정신이 팔려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는 것이다. 그나마 이런 체크리스트 때문에

아직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지 않고 있다.

랙홀에 빠졌다고 잘못된 인생이라고 말한 순 없다.

단지 내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좋고 나쁨을 떠나 남들이 다 그렇게 산다고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평생 아내를 사랑하고,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일과 돈보다 가정을 더 우선순위에 두는 사람이 되고 싶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하겠지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내일도, 10년 후에도, 죽는 순간까지 아침마다 아내와 포옹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함으로 여기며 살고 싶다.

과 삶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많은 성공자들이 일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삶에는 실패한 경우가 많다.

많은 돈을 벌어도, 회사를 크게 성장시켜도, 명예와 유명세를 얻더라도

정작 중요한 가정에서 실패한다면 성공했다고 말하기 힘들다.

성공자하면 걸리기 쉬운 덫이기도 하다. 아마존의 대표 제프 베조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매일 저녁마다 설거지를 하고

가족과 아침을 먹기 위해 아침시간에는

일체 약속을 잡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이런 사람도 얼마 전 이혼을 했다. 왜 그럴까?

누구도 자신의 마음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더 두렵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미친 듯이 강한 결심과 결단이 아니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매일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감사하며

그걸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만이

두려움을 그나마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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