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될수록 주변상황에 덜 흔들리게 되지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나오는 대사의 한 부분입니다.

철학과를 졸업했지만 샬롯은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했습니다. 

글을 쓰자니 실력이 부족했고, 사진 작가가 로망이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자신이 없습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녀 앞에 세상을 앞서 살아가는 중년의 영화배우 밥이 있습니다. 그에게 묻습니다.

"사는 게 힘들어요. 나이가 들면 나아지나요?"라고 말입니다.

위스키 광고 촬영차 일본에 온 밥 해리스는 의사소통도 안되는 낯선  도쿄에서 마치 혼자 삐에로가 된 것처럼 답답하고 소외감을 느낍니다. 

일본 촬영감독은 일본말로 무언인가를 가득 장황하게 늘어 놓는 것 같은데 통역관이 전달하는 건 짧은 한 줄입니다. 

그게 전부냐고 묻죠? 길게 말한 것 같은데..

그래도 할 수 있는 것 없습니다. 일본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통역관이 말하는 것에 그저 순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걸 다 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는 게 힘든 건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샬롯의 질문에 밥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나이 들어도  힘들긴 마찬가지니 말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내 말을 바꿉니다. "아냐. 나아져!"

샬롯은 믿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실은 나도 믿지 않습니다. 

밥해리스에게는  찌들려 있는 중년의 고단함이 물씬 풍겼습니다.

밥은 이내 앞선 말한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될수록 주변상황에 덜 흔들리게 되지"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으십니까?

학생일 때는 다 비슷한 환경에서 그게 나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사회에 나가 낯선 환경과 낯선 상황에 부딪히면서 꺼내지지 않았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생각보다 먼저 나가는 행동도 있고, 행동보다 생각에 갇혀 머물게 될 때도 있었습니다.

상황에 따라 불쑥 나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주변 사람들과 적응하기 위해 내가 가진 것들을 절제하고 내려놓는 것도 보았습니다.

마찰이 생기는 게 싫어 그냥 둥글게 두리뭉실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주변상황에 덜 흔들리기 위해 나를 조절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밥의  말처럼 나자신을 통제하면서 주변상황에 덜 흔들리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사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이제 미래를 향해 출발하려는 샬롯도, 긴 세월 먼저 살아온 밥도 사는 건 자신과 상황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과제인 것 같습니다.

송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