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사귄 연인이 있었습니다.

주위에서는 왜 결혼하지 않냐고 자꾸 물어오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장래에 대한 말을 서로 꺼내지 않습니다. 

누가 먼저라고 말할 것도 없이 현재에 만족하며 오늘은 오늘로서의 감정들을 소비하며 살고 있습니다. 

두 사람 다 미래가 어떻고, 결혼이 어떻고, 아이는 그런 문제를 내놓고 펼친 적이 없습니다.

사랑하면 꼭 결혼해야 하는 것인지, 사랑하면 꼭 아이를 가져야 하는지, 

그냥 이대로 둘이 사귀면 안되는 것인지 오히려 세상에 묻습니다.

하지만 부모님 입장에서 다르다고 합니다. 

도대체 결혼도 안하고 언제까지 사귈거냐고, 언제 안정적인 가정을 만들거냐고, 

무슨 문제있냐고 자꾸 물어 온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묻습니다. 무엇이 정답인지를 묻습니다. 

결혼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니까 그냥 좋으니까 같이 있고 싶은 것이다.

같이 있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결혼을 결정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좋은 남자로 그 여자를 사랑할 수는 있지만 좋은 남편으로 아내를 사랑할 지는 자신이 없다고 말합니다.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지 그것 또한 불안하다고 합니다. 

책임감으로 자신말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짊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자신 없는데 상황에 밀려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서로가 결혼을 두려워 하는 것 같습니다.

결혼으로 2인칭,3인칭으로 살아가는 것이 자신 없다고 말합니다.

육아도 자신 없고, 자신 위주로 살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시작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둘은 그렇게 연인인 자리에서 행복합니다. 

주위의 재촉만 없으면 말입니다.

그저 자신들에게 집중하면서 장래에 대한 말을 안 꺼내며 연인인 채로 만남을 유지하여 왔습니다. 

두 사람은 지금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자유롭게  사랑하는 남자로, 사랑하는 여자로 연인인 순간 순간들을 만끽하며 

나름 행복했습니다.

결혼은 자신들을 구속한다고 여깁니다.

책임감으로 어깨를 덮어 날지 못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연인으로서 지금 충분히 자유롭고 원하는 것을 해나가며 산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위는 자신들을 자꾸 하자있는 사람처럼 취급하여 미치겠다고 합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해 줄 수가 없습니다. 나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삶이 더 행복한 지 저울에 잴 수가 없습니다.

삶도 사랑도 정량할 수 없는 각자 자신만의 기준치가 있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송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