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 maybugs

비 빔 밥

나는 개인적으로 나물이나 여러 가지 반찬들을 넣고 밥을 비벼먹는걸 좋아라 하는데

음식점에서 돈을 받고 파는 제대로 구색을 갖춘 비빔밥도 좋아하지만 집에 있는 나물

한두 가지 넣고 간장이나 고추장을 더해 쓱쓱 비벼먹으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감이

든다. 물론 여기에 고소한 챔?기름이나 들기름을 한 방울 둘러주면 더 좋고, 계란프라이

가 추가되면 단출한 식사도 한결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나의 음식에 대한 첫기억은 간장을 넣고 비빈 밥이다. 몇 살 때인지((아마 네 닷섯살때

쯤?)기억나지 않지만 밥에다가 깨소금과 참기름을 넣은 간장만으로 비빈 밥을 그렇게 맛

있게 먹었던 기억이 내가 살아오면서 기억하는 음식에 대한 첫 기억이다. 짭조름하고 고

소하던 간장의 맛. 그 다음은 어머니께서 끓여주신 된장찌개로 영역을 넓혀 갔고... 구수

한 된장찌개 국물이 베어든 밥알들이 부드럽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시장을 지나치다 가게에 쌓여 있는 봄나물 들을 보니 밥과 함께 비벼 먹었던 나물의

맛과 향이 입에 침을 고이게 한다. 어릴 때 어머니는 봄이 오면 동네 아주머니들과 산으

로 들로 가셔서 각종 취나물이며, 홑잎나물(화살나무 순), 두릅 등등 각종 산나물들을 해

오셔셔는, 데치고 말려 묵나물 만드시는 것이 연례행사 셨다. 그렇게 준비해둔 나물들은

야채가 부족한 겨울을 나는 중요한 먹을거리가 되었고....., 어머니께서 봄나물을 해오시

는 날은 식탁마저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해오신 나물을 살짝 데쳐서 숭덩숭덩 썰고는 간

장에 깨소금에 조물조물 무쳐낸 나물들로 밥을 비벼 먹으면 양념이 스며든 나물과 밥에

다가 각기 다른 향을 풍기면서도 어느것 하나 튀지않고 모자라지 않는 여러 가지 나물

들로 인해 확실히 입안이 풍성해진다. 물론 챔?기름 한수저에다가 고추장은 각자의 취향

대로고...이른 봄이면 살짝 데쳐서 간장에다 참기름을 넣고 무쳐낸 냉이로 비벼도 맛있고,

간장에다가 잘게 썬 달래를 넣고 참기름 한 방울 둘러준 달래양념장만으로 맨밥을 비벼

먹어도 그 향긋함이 일품이다.

봄이면 산나물도 산나물이지만 처음 돋아난 돌미나리나 부추를 썰어서는 갖은 양념으

로 무쳐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그 고소하고 상큼한 기운들을 함께 먹는 느낌이다. 그러

고 보니 돌나물(돈나물)도 있다. 모양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의 취향대로 된

장이나 고추장으로 비벼먹으면 입이 즐거워지는 맛이다.

햇살이 좀 더 따뜻해지면 애기상추를 솎아내어 밥에다가 얹고 된장이나 고추장을 취향

대로 넣어 비비고, 열무는 어릴 때는 재래기?(사전에서는 겉절이의 경상도 사투리라는데

배추나 무 등의 야채를 바로 무쳐내는 나물을 통칭하는 말로 사용, 다른 지역에서도 ‘재

래기’라는 말을 사용하시는지…….?)도 좋고, 좀 더 자라면 김치를 담아 고추장과 함께 비

벼먹어도 좋다. 쌀밥이던 보리밥이던 상관이 없다.

하다못해 콩나물도 밥과 함께 넣고 파나 쪽파 등을 쫑쫑 썰어 넣은 양념간장이나 고추

장을 넣고 같이 비벼 먹으면 입이 즐거워진다. 물론 여기도 참기름 한 방울과 계란프라

이가 하나 올라가면 더할 나위없고.. 또 제사를 끝내고 동네 아주머니들 여럿이서 양푼이

나 함지박에다가 밥과 함께 갖가지 나물들을 한꺼번에 넣고 비벼서 나눠드시는 것을 옆

에서 얻어먹었던 한 숟가락도 맛있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무튼 비빔밥은 “맛있다”이다. 물론 비빔밥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내 취

향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지은 죄-이전 포스팅 ‘꽃상여’로 분위기를 무겁고 숙연하게 한?

-도 있고 해서 조금은 밝고 가벼운 이야기로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을 여러분들과

공유해 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끄적여 본다.

모두 맛있는 식사들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