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은 웬만한 웹사이트에서

블로그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나는 여러 종류의 블로그를 소유하고 있고

(휴면 상태인 게 대부분이다)

그 중 일부 공간에 일기를 쓴다.

이것은 오랜 습관이며 일종의 신경 안정제이기도 하다.

일기 쓰는 공간을 통폐합해야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했다.

일기 쓸 공간을 많이 두고 있는 것에는 분명한 장점도 있는데

지금은 일기장이 단일한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일기장 관리 편리성이 우선순위 맨 윗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일기장을 여러 개 두고 있으니

그것들을 조금 함부로 대하게 되는 경향도 있다.

기분에 따라 일기 뭉텅이를 전부 삭제해 버리기도 하니까.

그런 식으로 버린 일기가 몇 천 개는 될 것이다.

몇 년의 생각들을 그냥 버린 셈이다.

오늘 쓴 글에서 나는 말했다.

지나간 순간 속에 내가 남겨 둔 어떤 문장들이

오늘날 도움 될 때가 있더라고.

오늘부터 이곳에다가 일기를 모을 생각이다.

훗날 내가 이것들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차피 매일 쓰는 일기

이만 한 군데에서 쓰기로 한다.

미래의 나라는 사람이

지금 우리 집 밖을 걸어 다니는 타인보다

더 타인 같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 사람 눈으로 보는 오늘은

내가 지금 내 눈으로 보는 오늘과

같을 수 없을 것.

그 차이가 묵상과 성찰을 낳는 것 같다.

2.

너무 당연한 얘기긴 한데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해도

메시지를 담는 그릇에 따라

메시지 수신자의 반응이 천차만별임을

오늘 또 한 번 실감했다.

메시지를 담는 그릇이란

단순한 어조일 수도 있고

인품이거나 성격일 수도 있겠다.

내 말 그릇은 어떤 그릇인지 생각해 본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