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안성탕면을 제일 좋아했다.

건더기 스프 맛을 안 좋아했기 때문이다.

건더기 스프의 식감도 별로 안 좋아했지만

거기서 나오는 농축된 채소 맛을 주로 안 좋아했다.

신라면을 먹으면 표고버섯 향이 너무 많이 나서

신라면을 멀리 했던 기억이 난다.

안성탕면에는 가루 스프만 있었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신라면은 늘 1등 라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내 주변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신라면을 예찬했다.

더러 삼양라면이 1등 라면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긴 했는데

‘라면은 신라면이다.’라는 주장이 늘 우세하였다.

(지금 나는 진라면을 가장 좋아한다)

사실 나는 맛에 그리 예민한 편이 아니라서

최근에 신라면을 먹었을 때

신라면 맛이 바뀐 줄 잘 모르겠다 싶었다.

원래 신라면을 잘 먹지 않았기 때문에

맛 변화에 더욱 둔감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신라면 맛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신라면이 본격적인 쇠퇴일로를 걷게 되었다고 하는 의견도 더러 보인다.

원가 절감을 스프에서 하다 보니

라면 맛 자체가 떨어졌다고 하는 것이다.

혹자는 정부의 나트륨 저감 정책으로 인해

신라면이 MSG와 나트륨 함량을 줄이면서

라면 특유의 감칠맛을 잃었다고 본다.

수출용 신라면과 내수용 신라면 사이의

질적인 차이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신라면에서 등을 돌린 소비자들도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마니아층이 상당히 두터운 라면이었다 보니

라면 맛과 품질 변화가 주 소비자층 유지에

적잖은 타격을 준 모양이다.

요즘은 라면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라면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확립하고자 고군분투한다.

어떤 라면이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꾸준히 점유하고 있는 본질은

맛과 가성비에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나는 거기에 동의한다.

요즘은 오너와 기업의 상생 정신, 도덕성도

기업 이미지 형성에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소비자를 위한 가격 정책과 상품 정책을 내놓는 기업이

이 어마어마한 각축장에서 끝내는 살아남는 듯 보인다.

추억으로 소비 패턴을 이어 나가는 시대에 종말이 온 듯하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