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동안 새로운 생활 패턴에 강렬하게 매료되는 때가 몇 차례 있었다.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일도 그 중 하나였다. 시작은 동물 복지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그리고 유제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순서대로 본 것이다. 나는 난데없이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혼자 선언했다. 채식주의자로 살아 보고 싶었다. 비-채식주의자 생활이 나빠서가 아니라, 채식주의자 생활이 하고 싶어서.

   그것은 내 몸과 지구에 좋은 일인 한편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접어드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나는 타성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문고리를 쥐고 비틀었다. 나에게는 그런 증상이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익숙한 것들을 훌훌 털고 새로운 것들로 일상을 구성하고 싶은 열망의 증상.

   당시 나는 대학원에 다니던 중이었다. 내가 채식주의자 생활을 한다고 해서 어딘가에 물리적인 피해가 가는 건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나를 불편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나는 동기 분들께 내 채식주의자 생활의 시작을 알렸다. 채식주의자가 되겠다고 결정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다양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사실 나는 그때 적지 않게 당황했는데, 애써 담담한 척을 했다.

   가족들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채식주의자 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너무 많아서, 나는 몇 차례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누구와도 싸우지 않기 위해서였고, 내 생활 방식을 변호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내가 내 나름의 신념에 따라 어떻게 살기로 결정한 것을 누군가에게 납득시킬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가 찬성하든 반대하든 나는 나대로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작 나와 한 집에 사는 가족은 담담한데 (오히려 엄마는 나와 함께 채식주의자 생활을 시작했다) 한 달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하는 가족들이 나서서 ‘내 인생’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채식주의자 생활은 내 인생의 일부이지 내 인생 전체가 아닌데. 몇몇은 나를 두고 말다툼을 벌였다. 처음에는 그런 광경이 전혀 반갑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신기했다. 참 점잖다고 생각한 사람(그는 매일 ‘반드시’ 고기를 먹는 사람이었는데)이 내 채식주의자 생활을 더러 “니도 참 유난이다.”라는 말을 비난조로 다섯 번 넘게 할 때. 평상시 남 일에 전혀 관심 없어 보이던 사람이 별안간 내 채식주의자 생활을 옹호하고 나설 때. 나는 ‘다름, 차이’에 대한 사람들의 심층적 인식 체계를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다름과 차이를 대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평상심을 쉽게 유지하는데, 자신이 이해하기 어려운 다름과 차이를 대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감정의 날을 세우고 어떤 종류의 방어 태세를 취했다. 나는 아무에게도 채식주의자 생활을 권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난 그렇게 안 살아.”, “난 그렇게 못 살아. 죽어도 못 살지.”라고 말하는 걸 들으며, 다름과 차이가 누군가에게는 그 자체로 위협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고기를 안 먹는 것 때문에 나에게 ‘실망’했다는 사람을 보면서는, 동질감을 느끼는 일이 누군가에게 희망적인 일일 수도 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1년 반 동안 채식주의자 생활을 했다. 다행히 아무와도 싸우지 않고. 본의 아니게 인간상의 다양한 면면을 들여다보면서.

   별별 얘기를 다 듣고 별별 경우를 다 겪으면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상당히 진지하게 묵상하였다.

   팔순 외할머니가 고기 안 먹는 나에게 “뭐 그거 안 먹어도 먹을 게 천지인데.”라고 말하고, 내 또래 친구가 고기 안 먹는 나에게 강한 저항을 보이는 모습을 번갈아 보면서, 나는 고정관념이 세월과 그렇게 큰 관련이 있나 의문하였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