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제가 보신탕을 처음 먹어본 것은 대학생 때였지 싶습니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저의 집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때의 우리 집 상황으로 봐서 먹지 않을 이유가 없었는데 말입니다.

제가 처음 먹어본 것은 친구 누나 집에서였습니다. 친구 매형하고 식사를 같이 하는데 탕이 올라와 있어서 아무런 생각 없이 먹고 난 후에 그게 그것이란 걸 알았습니다. 다른 탕과는 다른 약간 다른 맛(고기 자체의 맛이라기보다는 양념 맛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직장생활을 시장할 때였습니다. 분당 미금역 근처에 직장이 있었는데 대리님과 같이 거래처를 만나러 갔던 자리에서 수육을 먹었습니다. 성남 야탑시장은 아니었는데 당시 성남이 그 고기로 상당히 유명했습니다.

그때 처음 먹어본 그 수육 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세상에 이런 고기도 있구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고기와 부추가 잘 어울리는 맛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북한산 자락이었습니다. 당시 부서 서무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야유회 행사를 준비해야 했었는데 식사 메뉴에 개고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놀랐던 것은 여직원들은 전혀 먹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잘 먹는 겁니다. 친하게 지냈던 여직원에게 개고기도 먹냐고 물었더니 그 직원이 '이 맛있는 걸 왜 안 먹냐?'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네 번째는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사무실 선배 직원과 탕을 먹으러 갔었습니다. 이 때는 맛이 별로였습니다.

안 먹는지는 않지만 제 돈 내고는 먹지 않습니다. 가급적 피하는 음식이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감안하면 10여 년에 1번 정도도 안 먹은 셈입니다.

제가 개를 즐기지 않는 이유는 일단 개의 영험성(?)때문입니다. 개는 주인이 개고기를 먹고 들어왔다는 것을 눈치챈다고 합니다. 주인이 개고기를 먹고 들어온 날은 그리 살갑게 굴던 놈이 주인 곁에 다가가지를 않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똑똑한 걸 즐겨 먹을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또 다른 이유는 개를 잡는 방법에 있습니다. 지금은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전에는 개를 몽둥이로 두들겨 패서 잡았습니다.(산채로)
개가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개고기 맛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가끔 시장에 갈 때 시커멓게 그을음에 그을려 있는 모습을 보면 먹고 싶다는 생각은 감히 들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사람과 상당히 친밀한 존재라는 겁니다. 옛날 집에서 개를 키웠는데 소를 먹이러 다니거나, 산을 혼자 가는 일이 있을 때 놈이 따라나서면 그리 든든할 수가 없었습니다. 보디가드라고 할까요.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이유로 즐기지는 않지만 개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엄연히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과 보신탕의 재료가 되는 놈은 다릅니다. 보통 황구라고 하지요.

또 애완용으로 기르기 때문에 못 먹는다고 하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동물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돼지도 애완용으로 키우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개고기'라는 단어를 그대로 쓸까 말까 하다가 그대로 썼습니다. 불편하신 분들이 계셨다면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개를 식용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민감한 문제이니까요.)

알짬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