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을 10년 가까이 하면서

내 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접했다.

최근에는 그 의견들의 종류에 관해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내 글을 통해 자기 자신이나

자기 자신의 인생을 관찰하였고

그 결과를 나와 공유했다.

어떤 사람들은 내 글의 어느 부분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하며

내 생각에 대한

다양한 반박을 내놓았다.

어떤 사람들은 내 글의 어느 부분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하는 자기 자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내 생각과 별도로

자신의 생각을 개진하였다.

글 하나 댓글 하나로 그 사람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는 재간이 나에게는 없다.

나는 다만 그때그때 내가 받은 반응들을 통해

인간상이 얼마나 다양한지 경험할 뿐이다.

예전에는 나에게 좋은 말만 해 주는 사람들이 좋았는데

지금은 나에게 좋은 말을 해 주든 아니든

내 글에 대한 반응에 개인적인 관여를 하지 않아

그것들에 적당히 무심해져 있다.

타인의 반응을 통해

고마움을 느끼고 내 지평의 확장을 느끼고

기쁨을 느끼긴 하지만

내 글에 대한 타인의 반응에

의존하지는 않는 것이다.

근래에는 그러한 변화가 가장 감사하다.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연습이

내 삶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나에게 누가 무슨 말을 하든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이고

나는 계속 나대로 생각하면 되는 일.

누가 나에게 내 생각을 바꾸라고 하는 건

그 사람 입장일 뿐

나는 계속 내 입장을 지키며 살아가면 되는 일.

세상을 향한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무언가와

더 이상 싸우지 않는 것.

나를 틀렸다고 하는 사람에게서 상처 받지 않고

유유히 내 세계를 계속 꾸려 나가는 것.

나에게 마음을 써 준 모두에게 감사를 느끼고

감사를 전하는 동시에

내 마음의 중심을 잘 잡고 살아가는 것.

내가 잘나서 내 맘대로 사는 게 아니라

나는 단지 나라서 내 뜻에 따라 사는 것.

다들 각자의 가치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라는 마음은

저 사람의 사고방식을 존중해야만

진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마음인 것 같다.

‘왜’가 따라붙지 않는 인정.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요즘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무슨 일기를 써도 이런 쪽으로 내용이 빠진다.

산책하듯 살아간다.

박다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