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부여하는 자리

- 랄프 왈도 에머슨

고대인들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천재’가 나타나 나라의 일을 다스릴 것이라 믿었다. 나라의 운명을 다스리는 조용한 신의 섭리가 있기는 하다. 그것은 시간이나 세대, 민족, 재난 따위를 대수롭지 않게 만들고, 실패든 성공이든 똑같이 정복하며, 적이나 방해물을 물리치고, 모든 비도덕적이고 비인간적인 것들을 부셔버리고, 세계의 도덕률을 거부하는 모든 것을 희생시켜 가장 선한 민족이 최후의 승리를 거두게 한다. 자신의 도구를 만들어 시대에 맞는 인간을 창조하고, 그를 가난 속에서 훈련시키고 재능을 불어넣으며, 그의 과업을 수행할 무기를 제공해준다.

신은 모든 민족에게 자신의 재능을 부여하고, 모두의 미덕을 완벽하게 결합하는 민족만이 존속할 수 있게 한다.

신이 있다고 믿는다면 자연스럽게 이 글이 이해간다. 하지만, 신이 없다고 믿는다면 이해할 수 없는 글이기도 한 것 같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한 나라를 통치하던 왕은 신이 자신을 내렸다는 말로 지배했다. 대표적인 예로 이집트 파라오가 있을 것이고, 중국의 황제가 그렇고, 우리나라 단군도 마찬가지다.

태평성대를 이루었던 시기에 왕들은 모두 하나같이 미덕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 나라를 통치했다. 그러나 덕목을 갖추지 못한 왕이 나오면 하나같이 쇠락의 길로 빠져들었다.

나는 왕이 아니고 될 수도 없다. 하지만 왕만이 신에게 그런 재능과 미덕을 부여받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도 신이 주신 재능이 있고 미덕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면, 최소한 내가 어울려 지내는 집단에서 인정받고 그들과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투지 않고 질투하지 않으며 무언가에 대한 욕심 없는 삶을 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오늘 신을 믿은 믿지 않든 나에게 주어진 미덕을 찾아 힘껏 발휘해 보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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