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시계

- 랄프 왈도 에머슨

주의 깊게 바라보면 일 년의 모든 순간이 특유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평범한 들판에서도 어떤 사람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두 번 다시 못 볼 풍경을 매 순간 본다. 하늘이 매 순간 변화하면서 들판에 빛과 그림자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주위의 논밭에서 자라는 곡식들의 상태도 매주 들판의 표정을 변화시킨다.

여름날 목초지나 길가에 줄지어 있는 토종식물들은 시간을 알려주는 소리 없는 시계와 같다. 예리한 관찰자는 이들을 보며 하루 중 어느 때인지를 알아낸다. 이렇게 시간을 잘 지키는 식물들처럼 새나 곤충들도 그들의 시간을 엄중히 지키고, 일 년은 이들 모두를 기꺼이 품어 안는다.

소리 없는 시계. 밭을 가꾸어 보니 이 말을 알겠다. 비록 매일 밭에 나가지는 못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밭에 나가 땅을 일구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워낙 시골에 있다보니 도시에 듣지 못하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 처음 들어보는 새소리 또한 나의 귀를 즐겁게 한다.

일주일 전에 본 것과는 너무도 다르게 작물이 자라나고 있다. 심어 놓은 나무에서는 파란 잎들이 무성하게 자라난다. 3월에 앙상했던 나무가지가 5월이 되자 파란 옷으로 갈아 입었다. 이렇게 밭에 있는 식물들은 시간과 계절을 알려준다.

시계를 보지 않고 일을 하고 있어도 해가 어디에 있는지 그늘이 어떻게 지는지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간을 알게 된다. 이것이 자연의 시계인가 보다.

하루하루 매주 심어놓은 고무마, 토마토, 옥수수 같은 것이 커가는 모습과 나무젓가락 같았던 나무에서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자연이 주는 선물인가보다.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나를 치유하는 시간으로 주말을 보내다 보니 그동안 주말에 낭비했던 시간이 아깝다.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갈 것을 대비해 더욱 노력해보려 한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두 손 벌려 받아보려 한다. 그러기 위해선 쥐었던 주먹을 풀어야 한다. 내 손 안에 꽉 쥐고 있던 것을 내 놓아야 새로운 선물을 받을 수 있듯이.

오늘 하루는 자연이 주는 감사함을 생각하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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